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31.


《숲의 사나이 소바즈》

 제니퍼 달랭플 글·그림/이경혜 옮김, 파랑새, 2002.8.12.



나뭇가지에 앉은 딱새가 나를 아직 못 봤다. 나는 널 보는걸. 딱새는 내가 쳐다보든 말든 아랑곳않으면서 꽁지를 재게 흔들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물까치 여러 마리가 나를 보고는 어그적어그적 날갯짓을 하며 후박나무 우듬지에 앉는다. 너흰 우리 뒤꼍에서 뭐를 찾으려고 내려앉았니? 사다리를 타고 닿지 않는 곳에 달린 유자를 그대로 두었더니 바닥에 떨어졌고, 삼월볕에 다 녹아서 다시 유자나무 뿌리로 스며든다. 높은 데에 맺혔으면 안 따면 된다. 새가 먹어도 좋고, 나무한테 돌아가도 좋다. 모과꽃을 언제쯤 훑어서 햇볕을 먹이며 말릴까 하고 헤아린다. 손바닥 크기인 뒤꼍이어도 하루 내내 부산하고 이야기가 넘친다. 집집마다 마당이랑 뒤꼍이랑 텃밭이라는 숲을 품도록 이 나라가 달라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숲의 사나이 소바즈》를 거듭 읽으면서 자꾸 생각한다. 요즈막에 더더욱 값지고 빛나는 그림책이지 싶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는 아직도 헤맨다. ‘서로 떨어지기’가 아닌 ‘서로 숲을 품기’로 가야 하지 않을까? 빈터에 선 자동차를 치우고 시멘트·아스팔트를 걷어내어 나무를 심자. 찻길 가장자리에 자동차가 서지 못하도록 모두 갈아엎어서 꽃밭으로 가꾸고 나무가 자라도록 하자. 돈길 아닌 숲길로 거듭나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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