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9.


《형아만 따라와》

 김성희 글·그림, 보림, 2019.9.25.



새로 쑥을 훑는다. 올해 첫 쑥을 열흘쯤 앞서 훑었던가.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바지런히 쑥잎을 덖을 생각이다. 쑥잎덖기를 맨손으로 하기에 곧잘 손이나 손목이 덴다. 실장갑을 끼면 델 일이 없을는지 모르나, 실장갑을 끼면 실장갑 냄새가 배기에 싫다. 이렇게 말하면 ‘가스렌지로 덖으면 가스 냄새가 배지 않나?’ 하고 따질 만한데, 참말로 잔냄새 아닌 꽃냄새가 배기를 바란다. 노래를 부르면서 쑥잎을 덖고, 등허리를 펴려고 틈틈이 춤까지 춘다. 가만히 서서 덖으면 등허리가 몹시 결리지만, 춤을 추면 새로 기운이 난다. 다시 말해, 등허리 펴려고 춤을 추다가 아뜨뜨 하면서 손목이 데기 일쑤인 셈. 그림책 《형아만 따라와》는 재미있다. 척 보아도 알 만하다. “형아만 따라와” 하고 읊는 언니는 틀림없이 동생을 지키지 못할 때를 맞이할 테고, 동생이 의젓하게 언니를 돌보겠지. 뻔히 알 만한 얼개일 텐데, 어린이 삶이든 어른 살림이든 ‘뻔히 알 만한 길’을 능청스레 풀어내니 더욱 알뜰하지 싶다. 맞다. 뻔히 알 만한 쉬운 줄거리가 좋다. 수수한 삶을 그리니 반갑다. 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얘기가 아닌, 오늘 이곳을 사랑하는 이야기라면 넉넉하다. 오늘도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하고 놀고 쑥 훑고 살림하고 사전 짓고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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