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7.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사토 사토루 글/이선아 옮김, 논장, 2003.8.5.
언제였는 지 가물거리지만, 어릴 적 언젠가 “뭘 갖고 싶니?” 하는 물음에 문득 “나무요! 커다란 나무요! 타고 오르며 놀고, 집도 지을 수 있는 나무요!” 하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때 둘레 어른은 “마당도 없는 좁은 집에 무슨 나무? 다른 것은?” 하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서 ‘아, 나무를 갖고 싶다는 꿈은 말하거나 이룰 수 없나 보구나.’ 하고 여기면서 한참 잊었다. 예전에는 우리 집 아이들이 “나무를 타게 올려주셔요.”라든지 “나무에서 못 내려오겠어요.” 하고 말했으나 어느덧 두 아이는 저희끼리 나무를 타고오른다. 때로는 나무줄기에 걸터앉아서 하늘바라기를 한다. 조금 더 우람한 나무를 보금자리에 품는다면, 한결 깊이 숲으로 깃든다면, 아이들은 마음껏 나무살림을 짓겠지.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는 우리 책숲에 건사한 그림책이지만, ‘어쩌면 판이 끊어질는 지 몰라’ 하는 생각이 들어 한 자락을 새로 장만했다. 아름다운 그림책이니 둘을 건사할 만하지 않겠는가. 이 그림책을 하나 더 장만할 돈으로 새 그림책을 장만해도 좋을 테지만, 아름다운 그림책을 둘 나란히 놓아도 즐겁다. 아니, 아름다운 그림책을 나란히 놓으면 그 모습대로 아름답지. 아이한테 우람나무를 물려주는 어른으로 살자.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