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호칭 문학동네 시인선 18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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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27


《다정한 호칭》

 이은규

 문학동네

 2012.4.20.



  오늘 이곳에 뿌리를 내려 살아갑니다. 사람도, 나무도, 풀도, 돌도, 모래도, 냇물도, 구름도 모두 오늘 여기에 뿌리를 내립니다. 눈으로 느끼는 나무뿌리나 풀뿌리가 있다면, 마음으로 느끼는 돌부리나 구름부리가 있어요. 오늘을 살아가기에 우리는 저마다 이야기를 짓고, 이 이야기는 새삼스레 글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글을 쓰고, 언제나 노래를 부릅니다. 시인만 글을 쓰지 않고, 가수만 노래를 부르지 않아요. 《다정한 호칭》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왜 시인은 자꾸 시인인 척하려 할까요. 시인이란 이름에 앞서 사람일 텐데. 시인이란 이름이 없어도 어린이·푸름이·젊은이·늙은이라는 길을 걸을 텐데. 시인이란 이름이 아니어도 살림을 짓고 삶을 가꾸며 사랑을 할 텐데. 시인이란 이름을 몰라도 이야기꽃을 피우고 글꽃을 지피며 마음꽃을 돌볼 텐데. 시집을 내기에 시인이 될 때가 있지만, 시집을 내지 않아도 마음으로 삶을 일구는 살림글꾼이 됩니다. 시집을 읽기에 비평가가 될 때가 있는데, 시집을 읽지 않아도 사랑으로 하루를 보듬는 놀이동무가 됩니다. 어머니로 도란도란 글꽃을 지을 만하고, 아버지로 두런두런 글꽃을 엮을 만합니다. 이도저도 없이 수수한 사람으로 하루를 꿈꾸는 손길 되어 글꽃을 빚어요. ㅅㄴㄹ



엄마는 왜 가르쳤을까 / 자신에게 진실하며 너는 늘 옳다 (아직 별들의 몸에서 윤율이 내리고/74쪽)


서로의 살에 별이 뜨는 순간 / 궤도를 이탈한 그들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않았을까 (살별/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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