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62
《萬葉集》
高木市之助·久松潛一 엮음
中興館
1927(昭和 2).8.5.
조선총독부는 1924년에 ‘京城帝國大學(경성제국대학)’을 세웁니다. 일제강점기에 선 이곳은 일본 제국주의가 마음껏 이 나라를 거머쥐려고 하는 뜻을 가르친 터전입니다. 대학교에는 마땅히 도서관이 있지요. ‘경성제국대학 도서관’은 일본사람·조선사람 모두 일본 우두머리를 섬기고 조아리도록 채찍질을 하는 책을 건사했을 텐데, 이 가운데 하나로 《萬葉集》이 있습니다. ‘경성제국대학 도서관’ 붉은글씨가 또렷한 이 책은 어떻게 ‘서울대 도서관’에 안 남았을까요. 일부러 버렸을까요. 서울대 도서관이 좁은 나머지 해묵은 일본책은 내다버렸을까요. 한국은 어느 대학교이든 도서관에서 책을 꽤 버립니다. 여느 도서관도 꾸준히 책을 버려요. 그동안 일제강점기 책을 참 많이 버렸던데, 이 가운데 헌책집 일꾼이 알아본 책은 고물상·폐지수집상에서 물벼락을 맞다가 가까스로 살아납니다. 1927년에 일본에서 나왔다가 경성제국대를 거치며 해방을 맞이한 책 하나는 2005년 2월에 노량진 헌책집 〈책방 진호〉에 들어옵니다. 책집지기님은 “허! 누가 이 책을 알아보나 했더니, 자네가 알아보고 사가는구만! 잘 배워 보시게!” 하면서 팔아 주었습니다. 옛적 일본 수수께끼는 옛적 한겨레하고 잇닿는다지요. 두 나라 앞길은 어찌 될까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