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3.


《반려, 개네 동네》

 박신흥 사진, 눈빛, 2020.3.3.



월요일을 맞이한다. 오늘 우체국을 가려고 생각하는데 그만 두 시 시골버스를 눈앞에서 놓친다. 큰아이한테 묻는다. “우리 면소재지로 걸어갈까? 얼추 40분 남짓 걸으면 되는데.” 우리는 들길을 걷는다. 유채꽃내음 사이에 섞인 자운영내음을 맡는다. 큰아이가 “이 꽃은 무슨 이름이에요?” 하고 묻기에 “무슨 이름일까? 스스로 생각해 봐. 꽃한테 물어봐도 되고, 새롭게 지어도 좋아.” 하고 얘기한다. ‘자운영’이란 이름은 썩 안 어울린다 싶기에 요모조모 따지면서 한참 말을 주고받다가 “그럼 봄꽃불로 할까? 봄불꽃은 어떨까?” “음, 봄꽃불이 좋아요.” 하고 마무리를 짓는다. 《반려, 개네 동네》는 귀염개를 둘러싼 사람살이를 다룬 사진책이다. 한자말 ‘반려’는 ‘길동무’를 가리킨다. 아, 그래, 길동무이지. 그렇다면 ‘길동무개’로구나. 곁동무란 말을 떠올리면서 ‘곁개’라 해도 어울릴 테지. ‘사람이 쓰는 말’은 하지 않으나 ‘들에서 달리던 숨결로 노래하는 말’을 쓰는 곁개를, 길동무개를, 벗개를, 사진으로 찰칵찰칵 담아내었다.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숨결이기에 사진으로 한결 싱그러이 담을 만하지. 사진감은 먼곳에서 찾을 까닭이 없다. 곁사랑을 찍고, 곁빛을 옮기며, 곁숨결을 맞아들이면 아름답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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