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60


《spirit of the Korean Tiger》

 조자용

 에밀레박물관(Emille Museum)

 1972.10.30.



  2001년 1월 1일부터 사전 편집장·자료조사부장 노릇을 했습니다만, 사전 짓는 길에 곁에 둘 밑책은 2000년 11∼12월부터 장만해 놓았어요. 이즈음에는 책 살 돈이 없어 미리 백만 원쯤 받고서 헌책집을 돌며 이 책 저 책 사 놓았지요. 백만 원이라 하더라도 며칠쯤 책집을 돌며 온갖 사전이며 밑책을 살라치면 다 떨어집니다. 하루에 20∼30만 원은 거뜬히 썼거든요. 그렇게 사들인 밑책은 등짐에 손짐으로 이고 지면서 집으로 날랐고, 이튿날 일터로 다시 바리바리 챙겨서 날랐습니다. 어느 날은 《spirit of the Korean Tiger》를 장만해서 일터로 가져갔더니 사장님이 “어머나 어머나, 너 이 책 어떻게 알았니? 어디에서 샀니? 너 이 책 쓴 분이 누구인지 아니?” 하고 놀라십니다. 저는 시큰둥하게 “사진결이 썩 안 좋지만 한국사람 스스로 범 그림을 잘 간수해서 엮었구나 싶어서 샀어요. 웬만한 헌책집에 다 있는 책인데요?” 했더니, 지은이 조자용 님이 화곡동에 처음 미술관을 열어 꾸리던 이야기에 그분 따님 이야기를 한참 들려주었어요. ‘Korean Art Series vol.2.’라고 붙인 도록은 얼마나 더 나왔으려나요. 이름 안 남은 수수한 그림님이 빚은 익살스럽고 애틋한 삶그림을 눈여겨본 어른이 있기에 ‘민화’가 ‘문화’가 되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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