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59
《월간 말 12호 - 6월 항쟁》
송건호·정상모 엮음
민주언론운동협의회
1987.8.1.
국민학교 3학년이 될 즈음까지는 잘 몰랐지만, 4학년이 되는 1985년에는 인천 시내, 그러니까 ‘동인천’이나 ‘주안’을 다니기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때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길마다 최루탄이 춤추었고, 짱돌이 뒹굴었어요. 형이랑 어머니 심부름으로 집(신흥동3가)에서 동인천(인현동·내동·신포동)으로 걸어가서 이것저것 사서 다시 걸어서 돌아오려는데, 길에 자동차·버스가 하나도 없곤 했어요. 고요했습니다. 큰 짐차가 안 다녀서 좋았고, 건널목을 그냥 건널 수 있었지요. 그런데 큰우물길하고 갈리는 싸리재 언덕마루에 한여름에도 두꺼운 솜옷 같은 시커먼 차림새에 방패에 싸움탈을 쓴, 게다가 길다란 몽둥이까지 바짝 세운 이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아무도 못 지나가게 해요. 오금이 저렸지만 심부름을 해야 했기에 귀퉁이에 선 이한테 “저기, 여기를 지나가야 집에 가는데요?” 하고 물으니 “얼른 지나가!” 하면서 틈을 내주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그무렵 인천신문에는 안 나왔고 학교나 마을에서도 쉬쉬했어요. 이때부터 1987년 사이에 있던 일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인천을 떠나 서울에 가서야 헌책집에서 《월간 말 12호 - 6월 항쟁》을 찾아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사슬나라를 갈아엎으려는 귀퉁이를 살아냈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