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58


《카아드 도안 백과》

 편집부 엮음

 한국능력개발사

 1982.11.30.



  1982년에 국민학교를 들어가서 1993년까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둘레 어른은 ‘일본놈 나쁜놈 죽일놈’이란 말을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나 푸름이더러 ‘잊지 말자 식민지’를 읊도록 시켰어요. 그즈음에는 ‘일제강점기’란 말보다 ‘식민지 시절’이런 말을 널리 썼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여러 나라는 모두 못미덥다면서 무찔러야 할 몹쓸 녀석으로 바라보도록 가르쳤어요. 그러나 어른들은 ‘우’가 아닌 일본 우체국 무늬를 으레 썼고 ‘사루비아·빵꾸·구루마·오라이’ 같은 일본말도 아무렇지 않게 썼으며 과자·대중노래이며 구석구석에서 일본 것을 몰래 훔쳐서 장삿판을 벌이기 일쑤였습니다. 국민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능력개발’이란 데에서 펴낸 ‘미니컬러백과’를 팔았는데, 어린이 버스표 20자락을 모아야 비로소 하나를 살 만한 돈이 되었습니다. 이 작은 책을 사려고 늘 걸어다니며 살림돈을 모았어요. 어릴 적에는 몰랐습니다만, 《카아드 도안 백과》를 비롯한 ‘미니컬러백과’는 모조리 일본 책을 훔쳤습니다. 이 나라 어른들은 ‘미워하라는 나쁜놈 나라 것’을 수두룩히 베끼고 훔쳐서 ‘코 묻은 돈’을 벌어들인 셈이에요. 이제 우리는 안 훔치나요? 지난 훔침질을 뉘우친 어른이 있나요? 우린 무엇을 짓는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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