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19. 조아리다


이웃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나라에서는 벼슬아치나 나라일꾼을 뽑는 철이 되면 굽실굽실하는 사람이 많은데, 뽑기철이 지나가면 어느새 뒤집혀요. 마을지기에 고장지기에 나라지기가 되겠다고 굽실거리던 이는 다시 얼굴을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마을일이며 고장일이며 나라일을 물어보려 하면 마을사람이며 고장사람이 벼슬아치 밑에서 굽실질을 하거나 조아려야 하더군요. 무엇을 그어야 할까요. 누구를 가려야 할까요. 나라가 없는 곳에서 조용히 살림을 지어야 할까요. 궂은 일이 없는 곳에서 몸을 그으면서 숨어야 할까요. 어느 집이나 마당이 쉼터이자 일터이자 놀이터이자 만남터이자 모임터이자 어울림터가 될 노릇입니다. 숨을곳이 아닌 돌봄집이어야 할 테고, 군데군데 조그맣게 꾸미는 쉼터가 아닌, 언제 어디에서나 느긋하게 하루를 누릴 만해야지 싶어요. 깃들 만한 나라여야겠지요. 달아날 나라가 아닌, 멀리하거나 떠날 나라가 아닌, 옮기고 싶은 마을이나 고장이 아닌, 숨을 쉬면서 마음을 달래고 새롭게 기운을 일으키는 보금자리가 되어야지 싶어요. 온누리 어린이가 슬기롭고 착하며 상냥한 나라일꾼이며 고을일꾼으로 자라기를 빕니다. ㅅㄴㄹ


굽실질·굽실짓·굽신질·굽신짓 ← 저자세, 굴종, 굴종적, 비굴, 굴하다, 아부, 아첨, 사대주의, 사대사상

조아리다 ← 애원, 아부, 아첨, 저자세, 재배(再拜), 사대주의(事大主義), 사대사상, 비굴, 비겁, 용렬, 졸렬, 비위, 감지덕지

긋다 1 ← 표(標), 표시(標示), 표현, 시각화, 처리, 구분, 구별, 동작, 삭제, 제명, 발사

긋다 2 ← 피하다, 비를 피하다, 피신, 대피, 중단, 정지

숨을곳·쉼터·돌봄집·돌봄터 ← 피난소, 피난처, 대피소

깃들다·꺼리다·긋다·내빼다·달아나다·떠나다·숨다·쉬다·옮기다·멀리하다 ← 피신, 피난, 피하다,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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