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흙손 : 흙 만지는 손만 너무 거룩하게 바라보는 그림은 오히려 반갑지 않다. 흙을 만지는 손이라면, 풀을 같이 만지고, 물을 함께 만진다. 그리고 아기를 같이 만지고, 나무를 같이 만지며, 새랑 풀벌레를 같이 만진다. 시골사람 손이라면 풀사람 손이면서 물사람 손이자 숲사람 손일 테지. 무엇보다 살림손일 테고. 무지갯빛이 흐를 흙손이기에, 이 흙빛도 늘 다른 까무잡잡한 빛이다. 비료하고 농약하고 비닐 때문에 죽어버리는 손이라면 누리께할 테지만, 지렁이랑 춤추고 굼벵이를 다시 묻는 흙손이라면 까무잡잡힌 빛결이면서 빛내음이기 마련이다. 흙손은 까만 얼굴에 푸른 나물을 손에 쥐고, 하얗고 노랗고 바알갛고 파란 들꽃을 가득 머리에 인 웃음으로 노래하는 손이다. 2012.3.2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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