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56


《가우디의 바다》

 다지마 신지 글

 최시림 옮김

 정신세계사

 1991.10.1.



  1980년대가 저물 무렵뿐 아니라 1990년대가 저물 무렵에도 이 나라에서 푸른길을 헤아리는 목소리는 없다시피 했습니다. 씨나락 까먹는 배부른 소리쯤으로 여겼습니다. 2020년을 가로지르는 요즈음은 푸른길을 바라는 푸른삶이 얼마나 힘을 받을 만할까요. 온누리를 뒤덮는 돌림앓이가 퍼지지 않더라도 푸른눈이 되고, 매캐한 먼지구름이 하늘을 덮지 않더라도 푸른빛을 꿈꾸고, 갖가지 환경병이 불거지지 않아도 푸른숲을 가꾸는 숨결이 되기란, 그렇게도 어렵거나 까다롭거나 힘들는지 아리송합니다. 소설책이라기보다 동화책이요 이야기책인 《가우디의 바다》는 1991년에 처음 나왔는데 그리 사랑받지 못하고 사라지면서도 석 판쯤 출판사를 옮겨 단출하게 다시 나왔습니다. 1990년에 정신세계사에서 새로 낸 《빠빠라기》가 읽힌 결을 생각한다면 아쉽구나 싶지만, 《빠빠라기》도 1980년에 둥지출판사에서 처음 한국말로 낼 적에는 거의 안 읽히다시피 했습니다. 이제라도 푸른글이 읽힐 수 있다면, 이제라도 푸른별을 바라보는 눈길이 퍼질 수 있다면, 이제라도 푸른살림을 가꾸려는 푸른벗을 만날 수 있으면 오늘 이곳이 참 아름다울 텐데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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