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원 시전집
박서원 지음 / 최측의농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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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22


《박서원 시전집》

 박서원

 최측의농간

 2018.4.26.



  누가 시를 쓰는가 하고 돌아보면 으레 두 갈래이지 싶습니다. 첫째로는 삶을 노래하기에 시를 씁니다. 둘째로는 멋을 부리려고 시를 씁니다. 삶을 노래하는 시는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한테 싱그러이 퍼지면서 웃음눈물을 자아냅니다. 멋을 부리는 시는 그럴듯해 보이기에 꾸밈거리로 퍼지면서 겉치레로 흐릅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자장자장 노래할 뿐 아니라, 아이 손을 잡고 호호하하 웃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날마다 시를 씁니다. 책상맡에서 붓대를 놀려 종이를 채우는 이라면, 이름값에 돈벌이에 교수나 시인이라는 허울이 드높으면서 콧대가 높습니다. 《박서원 시전집》을 조곤조곤 읽으면서 삶을 노래하는 사랑이란 어디에서 비롯하여 어디로 흐르는 빗물 같은가 하고 그려 봅니다. 빗물은 언제나 모두가 됩니다. 바다에서 아지랑이로 피어나 구름을 이루어 내려오는 빗물이 있기에 숲이 푸르고 냇물이 맑으며 뭇열매가 자라요. 우리는 모두 빗물을 머금은 몸이자, 빗물로 하나인 숨결이에요. 노래가 되는 시라면 빗물일 테지요. 바다를 품고, 구름을 안고, 바름을 가르고, 땅을 적시고, 숲에 드리우고, 풀벌레에 과일에 깃들고, 다시금 가만히 빠져나와서 하늘로 오르는, 노래하듯 놀이하듯 춤추는 숨가락이 바로 시라고 할 만하겠지요. ㅅㄴㄹ



산은 물구나무 선 / 하느님 / 내가 가까이 가면 갈수록 / 멀어지고 / 멀어지면 가까워지는 / 하느님 (산/74쪽)


모르죠? // 당신 심장에 / 해바라기 씨앗 하나 / 숨어들었다는 것 (모르죠?/343쪽)


어둠 속에서 숲은 싱싱했다 / 이파리들은 더 푸르러져 / 붉어져만 가는 달을 삼키고 / 새 달이 내려보낸 두레박에 실려 / 내려오는 별들과 해님 한 덩이 (뱃길/4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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