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15. 풀벌레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자리에 서면, 또 책을 엮어 내는 자리에 있으면, 풀밭에서 살림을 짓는 벌레를 놓고서 ‘곤충’이라 말할 뿐, ‘벌레’란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곰곰이 본다면 ‘풀벌레’라 해도 됩니다. 참말로 그 곤충이란 푸나무가 삶터이기에 풀벌레이거든요. 어른이나 어버이 자리에 서기까지 둘레에서 숱한 손길로 바라지를 합니다. 곁바라지나 뒷바라지를 해요. 배움바라지도 하고요. 우리가 어느새 어른이나 어버이가 되면 새삼스레 우리 아이를 비롯한 뭇이웃한테 이바지를 합니다. 마음을 바치고, 애써서 보살피며, 힘써서 돌보는 노릇을 하지요. 가시내는 무럭무럭 자라서 아기를 품을 만한 몸이 되면 몸엣것을 받을 달천을 씁니다. 이즈막에 사내는 옷가지며 달거리천을 폴폴 삶아서 복복 헹구어 말리는 살림을 익힌다면 새삼스레 살림나눔으로 나아갈 만하지 싶습니다. 손수 하면서 나눔길이 깃들어요. 스스로 도우면서 하나되는 살림길입니다. 값없이 하는 일이 아닌 사랑으로 하는 일입니다. 집안일은 으레 돈을 안 받고서 한다고 여기지만, 돈으로 잴 수 없는 기쁨이란 빛을 길어올리면서 오롯이 한몸이 되는 길을 밝힌다고 여겨야지 싶어요. ㅅㄴㄹ


풀벌레·벌레 ← 곤충, 초충

바라지·이바지·나누다·바치다·애쓰다·힘쓰다·곁바라지·뒷바라지·마을바라지·나눔·나눔길·나눔살이·살림나눔·돕다·도와주다·이웃돕기·이웃사랑 ← 봉사활동, 봉사

달거리천·달천 ← 생리대

그냥·값없이·돈 안 받고·거저 ← 무보수

깃들다·들어가다·쓰다·하나되다·하나·한몸·붙다 ←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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