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큰일을 앞둘 적에 당원투표를 한다. 당원투표를 한다는 뜻은, ‘대표란 자리를 위임으로 꾸리는 이’가 당원 뜻을 받들어서 지키거나 이루는 길을 간다는 이야기일 테지. 그런데 당원투표 74:26으로 다짐한 일을, 하루 만에 녹색당 집행부에서 뒤집어엎었다. 민주당 ‘똘아이’ 때문이라고 밝히던데, ‘똘아이’는 어디에나 있지 않나? 어처구니없고 뜬금없어서, 처음으로 녹색당 게시판에 찾아가서 글을 남겼다.
하루 만에 판을 걷네 2020.3.18.
녹색당에 당비를 다달이 내는 사람들 목소리는 “하루 만에 판을 걷으라”는 뜻이 아니었을 텐데요. ‘싸우라’는 뜻은 “너랑 같이 못 있겠으니 그만두겠다”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루 만에 판을 걷어차고 그만두려면 처음부터 안 하면 될 노릇이겠지요. 밀고 당기고, 나무라고, 달래며 어르고, 기다리고, 지켜보고, 달라질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얘기하고, 무엇보다도 당원이란 사람들 뜻을 받들어서 일하는 사람, 심부름꾼인 정치인이라는 자리라 한다면, 싫거나 짜증나거나 미운 짓을 일삼는 상대가 있어도 이를 고스란히 맞받아치거나 되돌려 주면서 녹색당이라는 곳이 나아갈 길이 틈이 밝게 열리도록 하는 몫이리라 봅니다.
‘비례연합 참여’를 놓고는 투표를 했는데, ‘비례연합 불참’을 놓고는 왜 투표를 안 하는지요? 허울뿐인 선거연합인 줄 당원이 모를까요? 그 허울을 깨고 참된 알맹이가 되도록 땀흘리라는 뜻으로 그러한 투표를 했을 텐데, 더없이 빠르게, 하루 만에 당원투표는 없이 이렇게 결정을 하다니, 그야말로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모르는 채 허둥지둥하는 꼴입니다.
성소수자 인권이란 틀림없이 대수롭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 인권만 외칠 수 없습니다. 지구를 뒤덮은 돌림앓이를 놓고서 어떤 새로운 앞길을 밝히는 목소리가 있을까요? 입가리개하고 방역하고 질병관리본부만 있으면 끝일까요? 아닐 텐데요.
이다음을 내다보는 곳이 녹색당이어야 할 테고, 이다음을 말하지 않고 “너희가 이만한 수준도 안 되니 같이 못해!” 하고서 ‘달아나는’ 짓이란 녹색당이라는 곳에서 ‘대표 위임을 받고 일삯을 받는 정치인’으로서 함부로 할 일이 아닌 줄 압니다.
녹색당이 ‘여성 인권과 성소수자 인권을 앞장세우는 일’은 틀림없이 좋습니다만, 요 몇 해 사이에 이 대목 빼고는 거의 안 보입니다. 참다운 풀빛(녹색)이란 뭘까요? 이 정부는 ‘스마트팜’이란 이름을 내세워 ‘시멘트바닥에 유리온실 지어 수경재배’하는 시설을 전국 곳곳에 수천 억원을 들여서 밀어붙입니다. 전남 고흥이란 시골에는 ‘무인 군사드론 시험장’을 ‘경비행기시험장’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해서 어느새 착공까지 밀어붙이려고 합니다.
녹색당에서 ‘녹색’을 말하는 정책이나 대안이나 행동은 왜 이렇게 안 보이는지 아리송합니다. 녹색당이 이번 선거에서야말로 비례후보로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나설 수 있자면 이즈막에 보여준 “너희(이를테면 민주당)가 그만한 덜떨어지는 수준이라면 말도 안 섞을래” 하면서 달아나는, 그런 모습도 똑같이 덜떨어지는 수준인 줄 알아차리기를 바랍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