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 - 자기혐오를 벗어나는 7개의 스위치 자기만의 방
오카 에리 지음, 다키나미 유카리 그림,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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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19


《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

 오카 에리 글

 D.유카리 그림

 황국영 옮김

 자기만의방

 2020.1.7.



한 곳을 깨끗이 치우자 다른 공간의 지저분함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체험을 이때 했습니다. (35쪽)


병원에서는 약으로 증상을 억제시켜 주었지만, 행복해지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지는 않았습니다. (61쪽)


‘설령 나를 버리려 했던 사람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나는 나일 뿐. 그 사람이 나를 업신여기거나 부정해도 내 가치는 떨어지지 않아.’ (123쪽)


“쓰레기 더미 한가운데서 몸을 일으켜 페트병을 치운 네가 참 대견해. 그날부터 인생이 즐거워졌어. 고마워.” (170쪽)



  아무리 뛰어난 국회나 시청·군청이나 병원이나 학교나 연구실이나 절집이 있더라도 우리 삶을 즐겁거나 아름답게 가꾸어 주지 않습니다. 저마다 전문이라고 하는 자리에 있을 적에는 ‘처방·행정·치료·복지’란 이름이 있을 뿐이거든요. 사랑이라는 손길로 다스려서 짓는 밥이 아닌, 솜씨로만 뛰어나게 지은 밥으로는 즐겁거나 넉넉하게 누리는 살림으로 나아가지 않아요.


  뛰어난 솜씨를 뽐낸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으로는 가슴을 적시지 못합니다. 가슴을 적시는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이라면, 언제나 오롯이 사랑일 때입니다. 그저 즐겁게 노래하는 사랑을 담아서 쓰기에 마음을 찡 울리는 글이며 그림이며 사진이 됩니다.


  쓰레기로 가득한 밑바닥에서 뒹굴던 사람이 이 쓰레기를 어떻게 하나둘 걷어냈는가 하는 이야기를 담은 《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오카 에리/황국영 옮김, 자기만의방, 2020)는 ‘싫은 모습’을 아주 신물이 나도록 지켜보면서 조금씩 나아간 발자취를 그립니다. ‘오랫동안’이라 했는데, 얼마나 긴 나날이었을까요. 그리고 신물나도록 지켜본 ‘싫은 나’를 걷어내고 나니, 그 나날이 뜻밖에도 얼마나 안 긴 발자취였을까요.


  하기까지는 언제나 더디거나 오래 걸리는 듯합니다. 하고 나면 아무것이 아닐 뿐더러 그리 힘들지도 않습니다. 다만, 한꺼번에 하자면 벅차겠지요. 하루아침에 하늘을 훨훨 날 수 있을 테지만, 서두를 까닭이란 없어요. 하나씩 하면 되거든요.


  한 땀 두 땀 모여 이루는 뜨개옷이에요. 마름하는 천도 실이 한 올씩 씨줄날줄로 모입니다. 멀디멀어 보이기에 첫발을 뗄 뿐이에요. 아주 조그마한 일을 하고서 스스로 빙그레 웃음짓습니다. 아이를 바라보셔요. 그 삐뚤빼뚤한 글씨를 하나 그리기까지 얼마나 오랜 나날을 손가락에 손목에 힘을 주고서 바들바들 떠는가요.


  어른이 보기에 글씨야 슥슥 그리면 될 뿐인지 모르나, 아이는 글쓰기라는 밭으로 들어서기까지 엄청나게 땀흘리고 마음쓰면서 온사랑으로 하루를 살았습니다. 잘하지 못한다면 잘하지 못할 뿐이에요. 오늘부터 다시 한 발짝을 내딛으면서 차근차근 가면 됩니다. 가다가 넘어지면? 넘어지면 툭툭 털어도 되고, 으앙 울어도 되어요. 뒤돌아가도 좋고요. 구태여 빨리 가야 하지도, 얼른 가야 하지도 않습니다. 언제라도 환하게 노래하면서 가면 되어요. ㅅㄴㄹ



  느낌글을 마치면서 뭔가 찜찜해서 글쓴이 이름 ‘岡映里’으로 일본 아마존을 찾아보았습니다다. 일본에서 나온 글쓴이 책은 “I Love The Way You Be Yourself Depression by Changed Flattering Come with 7 Switch”이거나 “自分を好きになろう”라는 책이름입니다. 게다가 겉그림이 확 다르군요. 가벼운 차림으로 노래를 들으며 바람을 쐬며 걷는 아가씨가 나옵니다. 일본 책이름을 한국말로 풀면 “나를 좋아하자”입니다. 그래요, 책을 읽으면서도 어쩐지 책이름이 찜찜했는데, ‘싫은 나를 바닥까지 드러내는 줄거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나를 스스로 좋아할 수 있지? 나를 좋아하고 싶어!’ 하는 가느다란 목소리였어요. “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란 책이름이 나쁘지 않지만, 글쓴이 뜻인 “나를 좋아하자”하고는 확 다릅니다. 일본 글쓴이한테 여쭈고서 책이름을 한글판에서 바꿀 수도 있습니다만, 이래서야 처음 들려주려고 했던 뜻하고는 아주 엇나가기 쉽습니다.


책이름을 엉뚱하게 바꾼 출판사가 짜증스러워서 별점을 4->3으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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