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12. 디딤돌
떠난이를 그리워합니다. 가신분을 애틋하게 떠올립니다. 여기에 없으니 죽은님입니다. 빈자리는 얼핏 쓸쓸하지만, 바로 이 빈자리에 우리가 있습니다. 우리도 앞으로 이곳에서 떠날 수 있겠지요. 우리가 이곳을 떠나면 새로운 이가 새님이 되어 이 터를 갈고닦는 듬직한 일벗이 될 테지요. 어제를 살던 분은 오늘을 사는 나한테 디딤돌이 됩니다. 오늘을 사는 나는 모레를 살아갈 뒷사람한테 징검다리가 되어요. 너랑 나는 시나브로 다리 구실입니다. 서로 잇고, 찬찬히 거치면서 하루하루 짓는 살림입니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가면서 무엇을 써 볼까요? 저 하늘나라를 바라보면서 어떤 일감을 다루어 볼까요? 앞마당을 놀이마루로 삼으면 어떨까요. 따로 놀이판이 없어도 어느 자리이든 신나는 놀이마당이 될 만합니다. 판을 안 깔아 주어도 되어요. 춤은 어디에서나 마음껏 추면 되어요. 마루에서도 뒤꼍에서도 고샅에서도 들판에서도 숲에서도 바람 한 줄기를 허리에 가볍게 얹어서 춤사위를 놉니다. 자, 마루에 갖은 세간을 놓아 좁아터져 보이기도 하고, 마루를 텅 비워서 물구나무도 서고 뒹굴기도 합니다. 어떤 모습이든 즐겁게 살아가는 우리 집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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