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4.


《나만이 없는 거리 2》

 산베 케이 글·그림/강동욱 옮김, 소미미디어, 2015.3.1.



하루를 돌릴 수 있다면, 하루를 되감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할 만할까. 몇 초나 몇 분을 도로 감아서 아까 한 어떤 몸짓이나 말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몸짓이나 말을 펼 만할까. 어린이로 살던 때에는 말을 더듬느라, 푸름이로 살던 때에는 수줍어서, 스무고개를 넘는 동안에는 둘레 어른들 윽박힘에 눌려서, 마음이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때에 몇 분쯤 되감아서 자꾸자꾸 살아낸다면 나는 마음속 말을 고스란히, 이러면서도 부드럽고 따스하게 읊을 줄 알았을까. 《나만이 없는 거리 2》를 보며 ‘되감는 삶’을 떠올리는데, 되감아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되감지 않고도 고이 흐르는 이 자리에서 한결 씩씩하거나 새롭게 일어서서 마주할 만하지 싶기도 하다. 이 만화는 틀림없이 ‘굳이 더는 되감기를 하지 않고도 오늘 이곳에서 동무랑 어머니를 믿고 같이 손을 잡고 나아가는 길’을 다루겠지.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 볼 만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 하고 그려 볼 만하다. 생각하면서 바뀐다. 꿈꾸면서 달라진다. 하루하루 그리면서 어제이며 오늘이 새롭다. 어제를 바꾸려고 용을 써도 되겠지만, 이보다는 오늘을 가꾸며 사랑하려고 힘을 쓰는 쪽이 한결 즐거우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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