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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 가장 연약하고 고독한 이름, 가해자가족
아베 교코 지음, 이경림 옮김 / 이너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17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베 교코
이경림 옮김
이너북스
2019.7.20.
아들은 왜,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었을까? 부모로서 적어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살아야 되지 않을까? 죽는 것은 그다음에 죽어도 된다. 다케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32쪽)
가해자가족이 되고 난 후 마리는 세상의 부조리에 익숙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사과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 자신의 범죄만으로도 버거운 오빠는 아직까지 가해자가족이 겪었던 사회적 비난과 어려움을 알 수 없다. (56쪽)
가해자가족은 누구에게, 언제까지,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사례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족이 져야 하는 책임에 대해서 명확히 하는 것이 가해자가족지원의 중요 역할이기도 하다. (91쪽)
가해자가족이 범죄자가족이라는 낙인을 주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필자의 이제까지의 지원 경험상 범죄의 배경에는 반드시 어떠한 차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185쪽)
“저 아이도 아버지와 똑같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그 순간 이상하게도 공포심이 없어졌다. K선생님은 사람에 대한 차별은 그 사람의 가능성을 빼앗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197쪽)
서로 때려서 누가 이기는가를 겨루는 운동경기가 있습니다. 이른바 ‘권투’라 합니다. 이 운동경기는 맨주먹으로 겨루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폭신한 천으로 두껍게 주먹을 감싸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맨주먹에 가까운 채 겨루는 판을 바랍니다. 주먹뿐 아니라 다리를 써서 서로 때리고 막으면서 누가 센가를 겨루도록 붙이지요. 이러한 다툼판은 큰돈이 오갑니다. 더 잘 때려서 더 빨리 때려눕히는 자리에 서면 돈을 잘 법니다.
지구에서 몇 나라를 빼고는 모두 군대를 거느립니다. 이웃나라가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군대라고 내세우지만, 정작 이 군대를 앞세워 이웃나라로 쳐들어가는 나라가 많을 뿐 아니라, 이 군대를 내세워 옆나라를 윽박지르는 나라가 많아요.
이 삶터가 아름답다면 주먹다툼이 돈벌이판이 되도록 굴러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터전이 어깨동무하는 길로 간다면 전쟁무기랑 군대는 바로 없애리라 생각해요.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아베 교코/이경림 옮김, 이너북스, 2019)를 곰곰이 읽습니다. 얼결에 사람을 죽인 이가 있을 테고, 오래도록 시달리거나 들볶이다 못해 성풀이로 주먹을 휘둘러 사람을 죽인 이가 있을 테지요. 가난이나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든지, 다른 사람이 죽였으나 뒤집어쓴 이가 있을 테고요.
사람을 죽인 이는 ‘잘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잘못값은 어느 만큼 얼마나 치르거나 물어야 할까요? 또 ‘사람을 죽인 이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화살이나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까요?
괴로운 나머지 남을 죽이고야 마는 사람이 있고, 괴롭다 못해 스스로 죽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을 죽이는 사람이 있어도 멀쩡한 삶터가 아니요, 스스로 죽는 사람이 나와서 아름다운 터전이 아닙니다.
잘못값을 치르도록 하더라도 사람을 죽이는 일은 사그라들지 않으리라 느껴요. 우리 삶터가 아름답거나 착하거나 즐겁거나 사랑스러운 길로 가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잘못값을 얼마나 어떻게 치러야 하는가를 놓고도 제대로 틀을 세울 노릇이면서, 우리 삶터부터 누구나 살기 좋도록 가꾸고, 따돌림이나 들볶임이나 괴롭힘질이나 막짓이 모두 사라지도록 바꾸어 내야지 싶습니다. 애꿎게 죽는 이뿐 아니라, 슬프게 마음이 다치는 이가 모두 사라질 나라에 마을이 되어야지 싶어요. ㅅㄴ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