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1.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

 케이티 하네트 글·그림/김경희 옮김, 트리앤북, 2017.4.14.



굵고 짧게 바깥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간다. 서울에도 돌림앓이가 확 들어왔다던데 길에 사람이 줄었는지는 모르겠다. 버스나루에도 사람은 많다. 돌림앓이판이라도 일 때문에 움직일 사람은 움직인다. 무엇보다 예전처럼 함부로 툭 치고 지나간다든지 발을 밟는 사람은 그야말로 사라졌다. 돌림앓이판이 아닐 적에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마구 밀어붙이면서 먼저 타려고 해댔다면 요새는 꽤 얌전하구나 싶다. 이 바람이 수그러든 다음에도 이 몸짓은 이어가기를 빈다. 그림책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를 보름 남짓 책상맡에 두고 돌아보았다. 마을에서 말 한 마디 없는 사람들, 이웃이고 동무고 헤아리지 않는 사람들, 차갑거나 메말랐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 고양이가 찾아온 이야기를 다룬다. 고양이가 대단하거나 남다르다 싶은 일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곳에 가서 이 사람을 만났다가, 저곳으로 가서 저 사람을 마주할 뿐이다. 사람 사이에서 말도 따스한 손길도 없는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부드러이 잊고 맺는 고양이 곁에서 조금씩 마음을 바꾼다. 차갑던 마음을 녹이고, 메마른 낯빛을 풀어낸단다. 새롭게 찾아드는 봄인데 서울은 어디나 약품냄새가 끓는다. 약품을 뿌려야 하더라도 새가 깃들거나 쉬면서 노래할 자리는 남겨 두기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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