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평화그림책 5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황진희 옮김 / 사계절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79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다시마 세이조

 황진희 옮김

 사계절

 2012.9.20.



  불구덩이에는 얼굴도 이름도 없습니다. 힘으로 나라를 거머쥐어 사람들을 억누르고 이녁 자리를 지키려 하면, 곁에 힘꾼을 잔뜩 건사하면서 뭇사람을 ‘얼굴도 이름도 없는 백성·국민’이라 여깁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얼굴이며 이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백성도 국민도 아닙니다. 우리는 다 다른 낯빛에 이름으로 다 다른 보금자리를 가꾸는 다 다른 사랑입니다. 역시책을 펴면 우두머리·먹물·벼슬아치 이름이 수두룩히 나옵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 아기를 낳아 돌본 어머니, 바다를 아낀 사람, 모시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지은 사람, 베틀을 지은 사람, 절구를 떠올린 사람, 호미에 낫을 벼린 사람, 새랑 노래한 사람은 하나도 안 나올 뿐더러, 이러한 사람들 이름은 아예 없습니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는 ‘평화그림책’이라고 합니다. 평화를 놓고 이렇게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만, ‘왜? 무엇을? 누가? 언제? 어떻게? 참말로 왜? 도무지 누가? 그러니까 왜? 그래서 무엇을?’ 같은 이름도 얼굴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달아나거나 숨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그리면 숨이 막힙니다. 그만 달아나고, 그만 입발린 말을 하시기를.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