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사랑 사랑 사랑 : 적어도 네 시간 이십 분, 으레 다섯 시간쯤 달리는 시외버스라면 사이에 쉼터를 두 곳쯤 들러야겠지. 그러나 시외버스(또는 고속버스) 일꾼은 조금이라도 더 달리고서 쉼터에 들르러 하기 일쑤이다. 5분이나 10분을 더 빨리 간들 얼마나 더 빠를까. 멀디먼 길을 가는데 10분 아닌 15분이나 20분쯤을 느긋이 가면 얼마나 좋을까. 쉬잖고 세 시간쯤 달리는 시외버스에서 사내인 몸으로도 오줌보가 꽉 찬다. 어쩐지 시외버스라는 탈거리는 오금을 죄기에 더 오줌이 마렵지 싶기도 하다. 비행기에서도 매한가지일 테지. 좁은 자리에 얌전히 박혀서 꼼짝않고 숨죽여야 하는 틀이라면 몸에서 피가 제대로 돌지 않는 바람에 훨씬 고단하리라. 그나저나 이 쉼터도 저 쉼터도 건너뛰는 시외버스에서 이십 분쯤은 마음소리로 “나는, 우리는, 오늘부터, 언제까지나, 사랑 사랑 사랑이다.” 하고 읊다가 그다음 이십 분은 가벼운 목소리로 “나는, 우리는, 오늘부터, 언제까지나, 사랑 사랑 사랑이다.”를 읊었다. 부디 이다음 쉼터에서는 시외버스가 멈추어 주기를 바라면서 마음으로도 입으로도 왼 말은 석 마디 “사랑 사랑 사랑”이었다. 2020.3.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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