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꽃
숲집놀이터 241. 쀼루퉁
해마다 삼월이면 우리한테 그날이 돌아온다. 바로 ‘의무교육 입학유예 신청서’를 쓰는 그날. 이날은 두 아이가 싫어도 학교에 가서 서류를 읽어야 하고, 서류에 이름을 적어야 한다. 작은아이는 “난 학교 싫어. 그렇지만 아버지랑 같이 가면 좋아.” 하고 조잘조잘 노래를 부르고, 큰아이는 암말 없이 쀼류퉁한 얼굴이다. 누가 보아도 얼마나 싫고 못마땅하고 짜증나고 성나고 골나고 부아나고 …… 온갖 말을 다 갖다붙일 수 있을 만큼 식식거리는 낯이다. 면소재지 초등학교 샘님은 웃는 낯으로 큰아이한테 말을 걸지만, 큰아이는 한마디 대꾸조차 없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얘야, 아버지가 학교에 너희를 데려오기 앞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지 못했구나, 아버지가 잘못했네. “사름벼리 어린이, 온누리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단다. 모두 우리가 겪으면서 배우는 일이야. 쀼루퉁한 마음이 되어 그 기운이 네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면 둘레에 다른 사람은 다 아무렇지 않아. 뿌루퉁낯인 사름벼리 어린이 너 혼자만 속이 불타면서 까맣게 타버린단다. 자, 종이 하나를 줄게. 여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네 마음을 글로 옮기렴.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그곳이 어떠한 곳이든 우리가 마음으로 바꾸면 돼. 우리 보금자리만 꽃터로 가꿀 수 없어. 우리가 발을 디디고 바라보는 모든 곳이 꽃터요 숲터가 되도록 가만히 바라보면서 우리 꿈을 바라보면 어떻겠니?” 사름벼리 어린이는 20분쯤 지나고서야 얼굴을 천천히 풀면서 종이두루미 하나를 접는다. 고마워.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