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꽃

숲집놀이터 240. 네가 해봐



어제 낮 무렵 우리 집 가스가 떨어진 듯하다. 그때에 나는 등허리를 펴려고 자리에 누웠고,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버너를 꺼내어 국을 데워 놓았다. 마침 일요일이었기에 면소재지 가게로 자전거를 달려서 버너 하나를 얻었다. 면소재지 가게에서 이모저모 사면 덤종이를 주는데, 덤종이 예순 자락을 모으면 버너 하나를 준다. 집가스가 떨어지고서야 버너를 하나 바꾸어서 들인다. 이러고서 맞이한 아침에 가스집에 전화를 넣었고, 나는 아침 일찍 바깥일을 하러 나서야 하느라 이래저래 짐을 꾸리는데, 가스집 일꾼이 오셨네. 작은아이가 “아버지, 가스 왔어!” 하고 외친다. “응, 그래. 그런데 아버지는 짐 챙겨야 해서 못 움직이네. 네가 해봐.” “네!” 열 살 어린이는 가스집 일꾼이 새 가스통을 놓는 모습을 지켜보고 가스값을 건네고 “고맙습니다!” 하고 절까지 마친다. 훌륭하지. 너희도 다 할 수 있어. 아무것도 아니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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