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24. 손땀


무거우니 내려놓습니다. 다 들고 왔으니 내려놓아요. 혼자만 누리고 싶지 않아 내려놓고, 어느새 깊이 빠져들기에 이 몸을 내려놓습니다. 돈도 이름도 힘도 내려놓을 만합니다. 하나하나 내려놓으니 어깨동무를 하기 좋고, 홀가분하며, 뒷사람이나 옆사람한테 자리가 돌아가요. 큰고장에 살며 학교만 다니던 어린 날에는 보릿고개가 그저 가난하거나 어렵다고만 들었지만, 막상 시골에서 살고 보면 봄에 먹을거리가 싱그럽고 푸지게 들이며 숲에 널려요. 봄에는 모든 풀잎이며 나뭇잎을 누릴 수 있거든요. 보리는 통으로 익혀 보리밥으로도 누리고, 가루를 빻아 반죽을 해서 보리빵으로도 누립니다. 밀도 통밀을 누릴 만하고, 가루를 빻아 반죽을 해서 밀빵으로도 누려요. 이 길도 신나고, 저 차림도 신명납니다. 이렇게 차려서 먹으니 이대로 즐겁고, 저렇게 지어서 나누니 저대로 새로우면서 재미나요. 철 따라 누리는 맛이란, 철맛이란, 언제나 짜릿자릿 새삼스러이 반갑습니다. 굳이 철을 가로지를 일이 없어요. 봄에는 봄나물을, 가을에는 가을빛을, 여름에는 여름열매를, 겨울에는 겨울눈을 즐겨요. 삶도 길도 살림도 그냥가지 않아요. 모두 사랑으로 갑니다. ㅅㄴㄹ


내려놓다 ← 하차, 하치, 무소유, 무아, 무아경, 무아지경, 탈피, 사임, 사직, 은퇴, 자퇴, 하직, 무념, 무념무상, 방하착, 제거, 소거, 중지, 중단

보릿고개 ← 춘궁기

보릿가루 ← 맥분

밀가루 ← 소맥분

신나다·신명·신바람·재미·즐겁다·짜릿·찌릿·손땀 ← 흥미진진, 익사이팅

철맛 ← 계절의 진미, 계절의 별미, 계절미

그냥가다·그냥건너다·가로지르다·막건너다·막가다·마구가다 ← 무단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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