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23. 지며리


어느 때부터인가 ‘푸드 마일리지’라는 영어를 쓰는 분을 봅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들어 보니 우리가 무엇을 먹을 적에 “먹을거리가 밥차림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돌아다녔는가”이더군요. 그러면 ‘먹는길’이나 ‘밥길’처럼 쉽게 말할 만하구나 싶어요. ‘프랑켄 푸드’라는 영어를 쓰는 분을 보고는 고개를 한참 갸우뚱했어요. 사나운 밥일까요, 우락부락한 밥일까요. ‘도깨비밥’쯤으로 말할 만하겠지요. 1988년에 치른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보다 빠르게”처럼 ‘보다’를 잘못 쓰는 말씨가 퍼졌어요. ‘더’나 ‘더욱’이나 ‘좀더’라는 말씨로 가다듬으면 되어요. 얄궂은 말씨가 불거지는 길을 보면 다들 매한가지예요. 깊이 생각하지 않거나 찬찬히 보지 않은 탓이에요. 바쁘게 살거나 톱니바퀴에 매이면 어느새 틈이 생깁니다. 삶하고 말하고 넋 사이에 틈새가 나지요. 꾸준히 마음을 기울이면서 지며리 가다듬으면 되어요. 봄여름가을겨울 언제나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하루가 되기를 바라듯, 철마다 다르면서 새로운 바람을 스스로 지으면 되어요. 바쁘면 틈틈이 할 수 있어요. 하루에 한 가지씩 해도 좋아요. 하루 한 걸음이면 모두 바꿉니다. ㅅㄴㄹ


먹는길·먹음길·밥길 ← 푸드 마일리지

도깨비밥·사납밥·우락밥·얼금밥 ← 프랑켄 푸드

좀더·더·더더욱·더욱·더욱더 ← 보다(어찌씨), 특히, 한층, 비교불가, 집중적, 현격, 월등, 각별, 최대한, 효과적

틈·틈새·벌어지다 ← 시차

틈틈이·띄엄띄엄·꾸준히·지며리 ← 시차를 두다, 간격 조절

봄여가겨·봄여름가을겨울 ← 춘하추동, 사시사철, 사철, 사계절, 연중, 연중무휴, 기승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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