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46


《韓國鳥類名彙》

 남태경 엮음

 국립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동물학교실

 1950.1.



  살림돈을 조금 모은다 싶으면 어김없이 책값에 들였습니다. 어쩐지 다른 데에는 쓸 만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신문돌림이란 몸으로 살 적에, 출판사에서 달삯 받고 사전을 지을 적에, 제 살림돈은 모둠돈 모으기하고 책값으로 다 나갔습니다. 오늘 만난 오랜책을 건사하자는 마음 하나에다가, 앞으로 이 오랜책이 빛이 나도록 하자면 스스로 목돈을 품어야겠다고 느꼈어요. 1999년 가을이었나, 어린이 세밀화도감을 펴내는 분이 ‘한국조류명휘’란 책이름을 문득 읊기에 “그 책 헌책집에 가면 있던데요?” 하고 얘기하고서 이튿날 바로 사 드렸습니다. 이태 뒤에 사전지음이로 일하며 사전편찬실에 이 책을 하나 두어야겠다 싶어 헌책집 두 곳쯤 돌며 《韓國鳥類名彙》를 새로 장만했습니다. 이때에는 남돈으로 사서 남한테 주었지요. 2005년 6월 2일, 서울 연세대 맞은켠 헌책집에서 다시 이 책을 만나 품에 간수합니다. 그 뒤 두멧시골에 깃들며 헌책집마실이 뜸하면서 더는 만나지 못하는데, ‘찾을 수 없는 책은 없다’고 여깁니다. 찾으려는 마음이라면 몇 해이고 다리품을 팔면 다 만나요. 무엇보다도 오랜책이 아름다이 빛나는 숨결인 줄 알면 만나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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