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43


《한국미, 한국의 마음》

 최순우

 지식산업사

 1980.7.1.



  어릴 적에 학교에서 배움마실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꽤 따분했습니다. 저나 동무가 살아가는 길하고는 너무 동떨어진 사람들 세간만 줄줄이 놓고, 때로는 싸움판에서 쓰던 것을 잔뜩 놓으면서, 이러한 세간이나 연장 이름을 외우도록 시켜서 시험문제를 냈거든요. 이제는 따로 ‘생활사’라고도 하지만, 모름지기 역사라면 ‘정치권력자 발자취’가 아닌 ‘사람들 살림길’이어야지 싶습니다. 무량수전도 다보탑도 아름답겠지만, 둥구미도 키도 아름답습니다. 호미나 넉가래 한 자루가 아름답고, 절구나 도마가 아름다워요. 《한국미, 한국의 마음》은 박물관 으뜸지기를 맡은 분으로서 우리 옛살림 가운데 어느 한 토막에 흐르는 아름다운 숨결을 읽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최순우 님은 다른 학자나 역사학자나 예술가나 지식인보다는 ‘사람들 살림길’에 조금 더 눈길을 두었다고 느낍니다. 다만 이분도 스스로 안 넘은 담이 있어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한테는 오늘이 바로 빛이자 숨결이고 사랑입니다. 오늘을 이룬 어제를 ‘숲에서 누구나 손수 지은 밥옷집 살림’이라는 마음으로는 어루만지지 못했어요. 그래도 박물관 으뜸지기로서 글을 여미고 책을 써낸 대목은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박물’에서 그치고 말았어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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