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건 - 전미화 그림책
전미화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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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58


《어쩌면 그건》

 전미화

 문학과지성사

 2019.9.23.



  열한 살 어린이로 살던 무렵, 뜨개옷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에는 왜 뜨개옷 때문에 놀림을 받아야 하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다들 고만고만한 살림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다녔고, ‘가난한 기찻길옆 판잣집’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면 모두들 이래저래 팍팍한 어른들 곁에서 거친 말이나 주먹다짐으로 시달리거나 고단하다 보니, 학교에서 저보다 여린 또래를 찾아서 성풀이를 했구나 싶기도 합니다. “옷을 살 돈이 없어”서 뜨개옷을 입느냐고 놀린 말에 대꾸를 못했는데요, 우리 어머니는 참말로 “옷을 사줄 돈이 없어서, 곁일로 하던 뜨개일에서 남은 짜투리 실”을 잇고 엮어서 형하고 저한테 겨울 뜨개털옷을 지어 주었거든요. 이제는 씩씩하게 “응, 우리 집은 돈이 없어. 그러나 어머니가 사랑으로 짜투리 털실을 이어서 지어 주셨지. 얼마나 멋지고 포근한데?” 하고 대꾸하겠지요. 《어쩌면 그건》을 읽는 내내 이 붓질하고 그림빛이 그린님 나름대로 속풀이를 하는 길이었구나 싶습니다만, 보기좋게 꾸미기보다는 남김없이 털어놓으면 좋겠어요. 감추면 부끄럽지만, 웃으면 빛나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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