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23.


《아주 아주 큰 고구마》

 아카바 수에키치 글·그림/양미화 옮김, 창비, 2007.5.21.



고구마를 더없이 잘 먹는 작은아이를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고구마를 잘 먹으면 고구마만 먹으며 살 수도 있지 않을까. 감자를 잘 먹는 큰아이를 보다가 생각한다. 감자를 잘 먹으니 감자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 다만 하나만 먹고살면 재미없을 날이 올는지 모르니, 굳이 하나만 먹어야 하지는 않겠지. 쌀밥에 고구마나 감자를 묻어서 끓여도 좋다. 고구마랑 감자에다가 당근이랑 밤을 같이 쪄도 좋다. 찐 고구마를 으깨어 새로운 먹을거리를 마련해도 재미나다. 먹는 길이란 다 다른 우리가 저마다 살림을 짓는 길만큼 수두룩하다. 《아주 아주 큰 고구마》는 아이들이 아주아주 커다란 고구마를 척 캐내어 갖가지 놀이를 하고 배터지게 누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주아주 큰 고구마를 캐려면 아주아주 큰 밭이 있어야 하려나? 아주아주 큰 고구마를 척 놓고서 놀려면 아주아주 큰 빈터가 있어야 하려나? 아주아주 큰 고구마를 캤으니 지렁이도 풀벌레도 공벌레도 새도 부를까? 곰도 멧돼지도 고라니도 부를까? 이웃집도 부르고 이웃나라도 부를까?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냠냠짭짭, 저마다 즐기는 밥차림에 따라 갖가지 고구마잔치를 벌여 볼까? 살림, 사랑, 평화는 먼 데에 있지 않다. 우리 스스로 넉넉히 지어서 다같이 나누면 모두 이룬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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