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16. 꼬치구이


불을 피우려면 불에 잘 타는 살림을 먼저 챙깁니다. 조그마한 불씨를 쏘시개로 옮기지요. 불쏘시개에 붙인 작은 불을 마른 덤불로 옮기고 나면, 어느새 장작으로 불이 옮겨붙어 오래오래 잘 탑니다. 불을 오래도록 건사하는 첫걸음이 되는 ‘불쏘시개’인데, 어떤 일을 처음 하는 자리에서도, 무엇을 비로소 일으키는 곳에서도 이 말을 함께 씁니다. 삼월을 앞두고 날이 매우 포근해요. 겨울을 헤아리면 여름 못지않게 가벼운 차림으로 햇볕을 쬘 만합니다. 깡똥옷을 입고 마당에 섭니다. 겨우내 적게 누린 햇볕을 온몸으로 맞이합니다. 풀밭이며 뒤꼍이며 숲에 잎이 돋고 꽃이 피면 일거리가 멧더미처럼 찾아오겠지요. 씨앗을 건사하고 잎을 훑어 덖고 나물을 할 테니까요. 고기를 꼬치에 꿰어 굽고, 떡이나 능금도 꼬치에 꿰어 구워요. 때로는 꼬치에 꿰어 팔팔 끓이지요. 고깃살을 묵처럼 저며서 누려요. 국수로 하루 밥차림을 해볼까요. 가게에서 파는 국수도 좋고, 집에서 반죽을 해서 미는 국수도 좋아요. 국수집을 찾아나선다면 국수길을 걷는 셈입니다. 마치 지난날 누에천이 퍼진 누에길마냥, 우리는 여러 가지 길을 걸어요. 삶길도 오솔길도 글길도 사랑길도. ㅅㄴㄹ


불쏘시개·쏘시개 ← 인화물, 인화물질, 조건, 기초조건, 필요조건, 주범, 원인, 변명, 계기, 기회, 수단, 기폭제, 촉매, 명분

깡똥옷 ← 핫팬츠

멧더미 ← 산더미, 산적(山積)

꼬치구이 ← 산적(散炙)

꼬치·고기묵 ← 오뎅

국수 ← 면(麵), 누들

국수길 ← 누들로드

누에길 ← 비단길,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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