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콩알글 : 이제 한국에서도 거의 모든 마을책집은 손글씨로 책을 하나하나 알린다. 일본에서는 진작부터 이러했다. 1999∼2000년에 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일하며 길거리에서 책장사를 할 적에, 또 책잔치에 나가서 책팔이를 할 적에, 기계글씨 아닌 손글씨로 골판종이에 적어서 척 책상에 올려놓았더니 “야, 손글씨가 뭐니? 컴퓨터 있잖아? 컴퓨터로 뽑지, 손으로 그게 뭐니?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했다. 그때에는 교보·영풍을 비롯해서 어느 책집에서도 ‘손글씨로 책을 알리는 글종이’를 마련하면 죄다 손사래를 치거나 치우거나 내다버렸다. 그러나 책집에서든 길에서든 책잔치에서든 사람하고 사람이 만나서 책을 주고받는 장사를 하니, 책을 사 가는 분들한테 ‘이 책을 땀흘려서 꾸미고 펴낸 사람 숨결’을 보여주면서 건네고 싶었다. 책살림이 그렇게 앞선 일본이란 나라에서 굳이 예전부터 손글씨로 책알림글을 쓴 까닭을 헤아려 본다. 한국은 이제라도 이러한 살림결에 흐르는 마음빛을 찬찬히 나누면서 누릴 수 있으니, 이러한 모습도 좋다고 생각한다. 문득 생각하기로 ‘깨알같이 쓴 손글’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다시 보니 깨알은 너무 작아서 보기 어렵고 ‘콩알같이 쓴 손글’이라 말해야 옳겠구나 싶다. 동글동글 콩알글. 흙을 살리고 몸을 살리며, 새도 벌레도 한 톨씩 나누어 먹는 콩알 같은 콩알글. 그래, 콩알글이로구나. 2020.2.2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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