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열 해 : 어릴 적부터 떠올리면, 어느 집에 열 해 넘게 눌러앉은 적이 없지 싶다. 태어난 인천 도화동 집이며, 옮겼던 주안동 집에서도 얼마 안 있다가 옮기기 바빴다고 등본에 나오고, 그나마 인천 신흥동 집에서는 아마 아홉 해를 살았나 싶은데, 연수동으로 옮겨야 했다.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살 적에도 이문동에서 세 해를 있다가 종로 교남동으로 옮겨 다섯 해 있었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온 뒤에도 으레 거듭 옮기는 걸음이었다. 이제 고흥으로 옮겨서 열 해째인데, 열 해 동안 미적거리며 쓰지 못한 ‘책숲마실’ 이야기를 여민다. 이 열 해 사이에 ‘미적거리며 못 쓴 여러 책집’은 조용히 문을 닫았다. 책집지기로 일하시다가 문을 닫으면 아주 연락이 끊기는데, 그분들이 씩씩하게 책집살림 가꿀 적에 마치지 못한 글을 이제 겨우 매듭을 지으며 가늘게 한숨을 쉰다. 2020.2.22.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