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17.


《평등은 개뿔》

 신혜원·이은홍 글·그림, 사계절, 2019.5.21.



예전부터 신혜원·이은홍 두 분이 선보이는 그림이 무척 살갑다고 여겼다. 그런 두 분이 하나되어 선보인 《평등은 개뿔》이라면 더없이 멋지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뿔’이란 말이 걸려서 해가 넘도록 이 책을 거들떠볼 생각조차 안 했다. 이 낱말을 아이들한테 보여줄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다 보니 아예 손이 안 가더라. 어른끼리 으레 쓰는 말이지만 아이들이 “개뿔 개뿔” 하고 지껄이고 다닐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어깨동무란 가시내랑 사내 사이에서도 할 노릇일 뿐 아니라, 어린이하고 어른 사이에서도 할 노릇이다. 아무리 ‘어른이 읽는 인문책’이라 하더라도 말을 가려서 쓰면 좋겠다. 오늘은 어린이라도 앞으로 스무 살 서른 살이 될 이웃님이 이 책을 읽는다는 마음으로, 낱말 하나하나 더 참하게 가눈다면 좋겠다. 다만 오늘날 이 삶터를 바라보노라면 그야말로 ‘개뿔투성이’라 할 테니, 책이름이 잘못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개뿔판을 뒤엎기도 해야겠고, 개뿔판을 모르는 사람을 살살 달래면서 스스로 슬기로운 빛으로 가도록 이끌기도 해야겠지. 다그친다고 배우지 않는다. 아이를 다그칠 수 없다. 철없는 사내한테도 매한가지이다. 어떤 평등 이야기라 하더라도 부드러운 사랑으로 고이 이야기할 적에 비로소 이룬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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