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28


《미혼의 당신에게》

 다나까 미찌꼬 글

 김희은 옮김

 백산서당

 1983.1.25.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 모르던 1994∼2002년 무렵 늘 책에만 파고들었습니다. 나라도 싫고, 사내란 몸도 싫고, 나이 먹은 어른이란 분들 몸짓도 싫고, 출판사에 들어가서 일하지만 책마을 사람들 거짓말도 싫고, 좋은 것은 하나도 못 찾았어요. 그러나 마을마다 조그맣게 웅크린 헌책집은 가멸지게 품은 숱한 책으로 마음을 다독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 모르겠으면, 아직 몰라도 되니, 앞날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할 일을 그리면서 네 발길이 닿는 대로 가렴’ 하고 속삭였습니다. 헌책집이 속삭이는 말에 날마다 새로 기운을 차렸고, 서울 용산에 있는 〈뿌리서점〉에서 《미혼의 당신에게》를 만납니다. 이때는 판이 끊어진 지 얼추 스무 해쯤 되었는데, 이런 책이름이라면 젊은 가시내도 사내도 안 들여다볼 듯하다 싶었으나, 펴낸곳이 백산서당이기에 속은 다르리라 여겼습니다. 참말 속이 다르더군요. 젊은 아가씨더러 ‘섣불리 짝지을 생각은 말라’면서, 삶도 사람도 사랑도 슬기롭게 다스리는 길을 가라고 힘주어 밝혀요. ‘가시내도 사내도 아닌 사랑스러운 사람’이 먼저 되라는 줄거리에 크게 배웠어요. 여성학을 넘은 인생학 아름책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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