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20


《活動하는 얼굴》

 최민식

 삼성출판사

 1973.1.22.



  저는 최민식 님이 찍은 사진을 썩 안 좋아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둘레에서는 “우리 사회 서민과 가난한 사람과 밑바닥 사람을 사진으로 담은 훌륭한 어른 아니냐?” 하고 따집니다만, 최민식 님은 ‘서민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밑바닥 사람을 찍은 사진가’라기보다 ‘사람 얼굴을 찍은 사진가’라 느낍니다. 이 가운데 ‘돈·이름·힘 있는 사람 얼굴을 멋스러이 찍은 사진가’이기도 해요. 《活動하는 얼굴》이 이런 자취를 잘 보여줘요. 그렇다고 최민식 님 사진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에요. 저는 이런 사진을 안 좋아할 뿐이고, 이런 사진을 안 찍을 뿐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라면 ‘스스로 선 삶자리에서 이웃을 사랑으로 찍는 사진’일 뿐입니다. 누구는 가멸찬 집에서 태어나고 누구는 골목집에서 태어나겠지요. 가멸찬 집에서 내려다보듯 골목사람을 찍는다면? 골목집에서 태어나 가멸찬 집을 부러워하거나 시샘하거나 미워하며 찍는다면? 둘 모두 싫어요. 어느 집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든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사랑하는 따사로운 손길로 다가서서 환한 눈빛으로 담으면 될 노릇이지 싶어요. 최민식 님은 ‘살림하는 손길·눈빛’은 아니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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