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만든 소시지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9
오드랑 지음, 스테파니 블레이크 그림, 이주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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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3

《꽃으로 만든 소시지》
 오드랑 글
 스테파니 블레이크 그림
 이주영 옮김
 책속물고기
 2012.12.15.


리종에게 내 꿈을 이야기하고, 혹시 함께하지 않겠냐고 물어볼 참이었다. 그리고 리종이 ‘그래!’라고 대답해 주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늘 처음 알았다. 리종이 고기를 안 먹는다니! 그토록 바랐던 꿈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11쪽)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고기를 싫어한다는 걸 엄마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와 함께 평생 햄, 소시지, 베이컨과 함께 살아왔다. 고기를 만들고 고기를 팔고 고기를 좋아하는 부모님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29쪽)

테오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우리 부모님은 치과 의사이시지만 내가 어금니를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도대체 사랑 이야기에 소시지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어.” (47쪽)

리종의 생각은 정말 멋졌다. 이래서 내가 리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였다. “꽃으로 만든 소시지!” 나도 좋은 생각이 떠올라 소리쳤다. 리종이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58쪽)


  저는 고무신을 뀁니다. 다만 이름은 고무신인데 요새는 고무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척척 찍습니다. 날고무로 나온 고무신은 사라졌어도 이름은 그대로 고무신인데요, 이 고무신은 바닥이 얇고 두께도 얇지요. 고무신을 꿰고 걸어다니면 숲에서는 숲흙이며 가랑잎을 한결 짙게 느낍니다. 바위를 척척 타고 멧골을 오르면 바윗결이 발바닥을 거쳐 바로바로 온몸으로 퍼집니다. 고무신을 꿴 채 서울처럼 커다란 고장을 마실할라치면 아스팔트나 시멘트나 돌로 깐 바닥이 매우 딱딱해서 발이 참 고단해 하는 줄 느낍니다.

  시골에서 고무신을 꿰고 풀밭이나 흙길을 거닐 적에는 부딪치는 사람도 스치는 사람도 없습니다. 참말로 시골이나 들이나 숲에서는 호젓하게 다니지요. 이러다가 서울처럼 커다란 고장에 볼일을 보러 나오면 숱한 사람을 스쳐야 하는데, 하나같이 멀쩡한 사람을 툭툭 치고 지나갈 뿐 아니라, 구둣발로 고무신을 밟고서도 말없이 홱홱 지나갑니다.

  우리는 어쩜 이렇게 옆사람 발을 밟고도 거리끼지 않는, 그런 차가운 마음이 될까요? 이 나라 큰고장에서 바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얌전히 있거나 한켠에 가만히 선 사람을 자꾸 툭툭 치거나 밀치면서 가야 할까요?

  어린이문학 《꽃으로 만든 소시지》(오드랑·스테파니 블레이크/이주영 옮김, 책속물고기, 2012)를 읽으며 우리 살림자리를 곱씹습니다. 소시지를 즐기건 고기를 즐기건 좋아요. 풀밥을 즐기건 나물밥을 누리건 좋지요. 저마다 스스로 몸에 맞거나 반가운 밥을 누리면 됩니다. 많이 먹어야 즐거운 사람이 있고, 적게 먹으며 배부른 사람이 있어요.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밥을 누립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밥차림으로 하루를 즐깁니다. 다 다른 사람은 옷차림도 다르겠지요. 생각해 봐요. 가시내이면서 바지를 즐겨입을 만해요. 사내이면서 치마를 즐겨입을 만하지요. 다 다른 사람이기에 다 다르게 어울리며 아름다워요. 《꽃으로 만든 소시지》에 나오는 아이는 소시지하고 동무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이쪽 아이는 ‘소시지’라는 이름인 꿈을 어릴 적부터 키웠어요. 이러면서 저쪽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고 느낍니다. 이쪽 아이로서는 꿈하고 사랑 두 가지를 함께 짓고 싶어요.

  저쪽 아이도 매한가지입니다. 저쪽 아이는 저쪽 아이 나름대로 꿈하고 사랑이 있지요. 그런데 이쪽 아이가 혼자 끙끙 앓아요. 저쪽 아이는 모두 털어놓고서 둘이 같이 새길을 슬기롭게 찾아보기를 바랍니다. 이쪽 아이는 오래오래 끙끙 앓다가 더는 견딜 수 없어 마음앓이를 밝혀요. 저쪽 아이는 빙그레 웃으며 그 마음앓이를 상냥하게 받아들입니다. 이러면서 부드럽게 말하지요. 다음에는 그렇게 혼자 걱정하지 말고 같이 생각하자고 말이에요. 왜냐하면 두 아이 모두 꿈으로 가는 길을 외곬 아닌 ‘사랑으로 짓고’ 싶기에, 서로서로 다른 살림결을 고이 아끼면서 나아갈 뜻이랍니다.

  소시지를 꽃으로 마련하면 얼마나 놀라운 맛일까요? 그러나 누구는 꽃소시지가 안 내키겠지요. 그러면 여느 소시지를 즐기면 돼요. 누구는 그냥 꽃이 좋을 수 있겠지요? 그러면 그냥 꽃을 즐기면 되어요. 그리고 새롭게 살림빛을 짓고 싶은 또 다른 누구는 꽃소시지를 신나게 지어서 기쁘게 즐기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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