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13.


《장난감 형》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이경임 옮김, 시공주니어, 2002.2.25.



우리 형은 2월 14일에 태어났다. 형은 이날을 어떻게 여길까? 우리 형은 어릴 적에 나를 곧잘 때리곤 했지만 마음이 얼마나 여리면서 착한 줄 알았다. 형은 전봇대를 타고 올라서 전기를 다루는 일을 했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덥지 않다고 말하면서 참을 줄 알기도 했다. 서로 고등학교를 마친 뒤에는 몇 해 만에 얼굴을 보기도 하고, 목소리를 주고받는 날도 적다. 그렇지만 어쩐지 우리 형은 자주 떠오르고, 곧잘 꿈에서 만나기도 한다. 듬직한 맏이란 어떤 모습일까. 의젓한 언니란 어떤 걸음일까. 씩씩하거나 다부진 첫째는 어떠한 숨결일까. 《장난감 형》을 보며 후련하다고 생각할 어린이가 많을는지 모른다. 또는 이런 형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어린이도 이제는 많겠지. 사내끼리이든 가시내끼리이든 더없이 살가운 사이가 있고,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이가 있다. 왜 이다지도 다를까? 언니는 처음부터 동생을 괴롭히려고 태어나지 않았겠지. 동생은 처음부터 언니한테 시달리려고 태어나지 않았을 테고. 둘은 스스로 실마리를 풀 수 있으나, 곁에서 틈을 잇거나 맺는 어버이나 어른이 없으면 그만 더 아프게 헤맬 수 있으리라. 부디 따뜻한 형하고 동생으로 살아가기를. 장난감도 노리개도 아닌 살가운 둘 사이로 나아가기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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