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사람 Dear 그림책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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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2


《귤 사람》

 김성라

 사계절

 2020.1.2.



  지난해 늦가을에 우리 집 유자를 따서 헹군 다음에 조각조각 썰어 차로 담갔습니다. 얼추 석 달이 넘었으니 큰 유리병을 열기로 합니다. 봄에 담근 매실은 얼추 여섯 달을 두고서 열었기에 유자차도 그만큼 두려다가 ‘이백 날이라면 한결 나을 테지만 백 날이어도 훌륭하지’ 하고 여기면서 누리기로 했어요. 해랑 비랑 바람에다가 우리 집 까무잡잡한 흙, 여기에 아이들 노래, 온갖 새가 들려주는 노래, 또 풀벌레하고 개구리 노래잔치를 누린 유자나무는 엄청난 열매를 베풀었더군요. 차로 끓여서 씹어먹고, 좀 남으면 찌개에 넣어 더 말끔하고 시원하게 누립니다. 《귤 사람》을 펼치다가 생각합니다. 아가씨 아닌 아줌마가 바라보는 귤나무로 그릴 수 있다면, 아니 귤나무 가지랑 잎이랑 꽃이랑 알을 맨손으로 어루만지고, 귤나무 곁에서 귤나무랑 나란히 해바라기를 하고 비바람을 쐬고, 귤나무가 뿌리를 박은 땅바닥에서 자라나는 풀잎을, 이 풀잎을 보금자리 삼는 풀벌레랑 살가이 사귀는 마음을 붓끝으로 옮긴다면, 이야기도 결도 달랐겠지요. 출판사에서는 ‘Dear 그림책’이란 이름을 붙이는군요. ‘Dear’일는지 모르나 ‘사랑’이나 ‘살림’은 아니네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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