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5. 모심글


어릴 적에는 ‘초청장·초대장’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나이가 제법 들어서도 이런 말씨는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누구를 부르고 싶기에 이런 글월을 주고받는구나 하고만 생각했어요. 이러다가 “모십니다”라든지 “모시는 말씀”이라 적은 초청장이나 초대장을 보았고 ‘모심글’ 같은 이름을 새로 쓸 만하다고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말일 만해요. 그러나 첫글 하나가 놀라운 씨앗 구실을 합니다. 짤막짤막 흐르는 말씨가 너른 숲이 됩니다. 드문드문 오가던 말씨가 우거진 풀빛물결이 돼요. 널뛰는 마음을 다스립니다. 차분히 가라앉도록 달랩니다. 우리 마음도, 온누리를 덮는 날씨도, 마구마구 흐르기보다는 찬찬히 철빛이 흐르기를 바랍니다. 온터에 아름다운 빛이 흩뿌리기를 바라요. 온나라에 따사로운 눈빛이며 손길이 번지기를 바라고요. 뒤에서 쑥덕거리지 않기를 바라지요. 몇몇이 몰래 일으키는 일이 아닌, 시원스레 트인 자리에서 너나없이 어우러지면서 슬기롭게 하루를 지으면서 일하고 놀고 쉬고 잔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리하여 사랑님을 부르는 글을 쓰고, 사랑벗을 모시려는 글월을 적습니다. ㅅㄴㄹ


모심글·모심글월·부름글·부름종이 ← 초대장, 초청장

밑글·첫글·애벌글 ← 초고(草稿)

깜빡깜빡·드문드문·짤막짤막·자꾸·틈틈이 ← 단속적

널뜀질·널뛰기 ← 조울, 조울증

바뀐날씨·궂은날씨·얄궂날씨·막날씨·널뜀날씨 ← 이상기후, 기후변동

온터·온땅·온누리·온나라 ← 세계, 세계적, 천지, 세상, 우주, 글로벌, 범세계, 범사회, 국민적, 전국

쑥덕질·몰래 만나다·몰래 사귀다 ← 밀회, 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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