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3. 두루말


곱게 쓴 마음을 담아서 건네기에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어요. 그 마음을 오래도록 이곳에 갈무리하면서 늘 되새기고 싶습니다. 이러다가 문득 생각해요. 오래 간직하고 싶기에 ‘오래간직’이요, 오래 두고 싶으니 ‘오래두기’이며, 오래오래 갈무리하려니 ‘오래갈무리’입니다. 새로 쓰는 책이며 글을 놓고서 숱하게 손질을 합니다. 애벌로 마무리를 하고서 두벌 석벌 넉벌 자꾸자꾸 손질해요. 바야흐로 마감을 해야 할 적에는 ‘끝손질’을 합니다. 애벌로 척척 끝내도 좋겠지요. 애벌글을 또 손질하고 다시 손질하는 일이란 좀 바보스럽거나 멍청해 보일 만합니다. 그렇지만 제살깎기가 아닌 두루두루 피어날 꽃처럼 가다듬는 몸짓이라고 여겨요. 두루말처럼 두루책이 되고 두루사랑이 되려 합니다. 척척이는 못 되어도 억척돌이로 간달까요. 멀어 보이는, 까마득하거나 아득해 보이는 길이어도 아무 틀을 세우지 않고 나아간달까요. 첫술에 배부르기보다는 맛보기를 차리면서 하나씩 해봅니다. 울타리를 허물고 좁다란 곳에서 헤어나려고 악착같이 힘을 냅니다. 두 판 넘어지면 세 판째 일어서도, 열 판 넘어지면 열한 판째 일어섭니다. ㅅㄴㄹ


오래간직·오래두다·오래갈무리 ← 영구보존

끝손질·끝갈무리·마감손질 ← 최종점검

제살깎기·멍청짓·바보짓·스스로죽기 ← 자기비하, 자학

두루말 ← 표준어

척척이·억척이 ← 슈퍼맨, 슈퍼우먼

멀다·까마득하다·아득하다·동떨어지다·떨어지다·남남·다르다 ← 거리감, 별개

틀·그림틀·판·우리·울타리·좁은곳 ← 액자

해본책·맛보기·맛보기책 ← 더미북, 가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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