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 - 콩고민주공화국 초대 총리 살해와 그 배후
에마뉘엘 제라르.브루스 쿠클릭 지음, 이인숙 옮김 / 삼천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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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15


《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

 에마뉘엘 제라르·브루스 쿠를릭

 이인숙 옮김

 삼천리

 2018.11.16.



1880년부터 1910년까지 레오폴 2세와 그의 대리인들은 흑인을 사람이 아닌 소모품으로 보던 이들이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광산업체의 주주를 위해서 일했다 … 유럽인들은 콩고를 노예노동으로 몰아넣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흑인들은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손이 잘리거나 처자식이 총에 맞았고, 그도 아니면 끔찍한 시코트로 지독한 구타를 당해야 했다. (51쪽)


루뭄바는 합법적인 권력을 가졌지만 그걸 지탱할 힘이 없는 사람의 점점 커져 가는 괴로움을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다. 루뭄바에 대한 반대는 중앙정부의 적인 제국주의자와 분리주의자들의 힘을 키워 주었다. 그리고 루뭄바는 반대 세력이 외국 비밀 정보기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139쪽)


권력을 좇겠다는 야심이 이들을 루뭄바에 대적하게 만들었다. 탐욕스러운 서방 외교는 이런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공을 들였고 ……. (196쪽)


미국과 미국이 고용한 청부업자는 살인자들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1960년에 석 달 내내 살인을 궁리했으면서도 이 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217쪽)


이 일을 꾸민 자들은 시신의 모든 흔적을 지워야 했다. 루뭄바의 무덤이 발견되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될 게 뻔했다. 1월 26일 무농고는 다시 한 번 수터를 보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신들을 파냈다. 그러고는 이제 시신을 아예 사라지게 만들었다. (315쪽)



  한 사람이 다스리는 나라란 없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우두머리가 되어 나라를 이끌어야 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저마다 이 별을 가꾸거나 지키거나 돌보는 일꾼이거든요. 한 사람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닌,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른 곳에서 서로서로 즐겁게 새로운 하루를 지어서 어울릴 적에 아름다운 별이고 나라이며 마을이 된다고 느낍니다.


  뛰어난 우두머리가 한 사람 나타나서 슬기롭게 이끌 노릇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른 일꾼이자 노래님으로 활짝활짝 웃고 춤추는 살림을 지을 노릇이지 싶어요.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따로 있을 까닭이 없어요. 시장이나 군수가 딱히 있어야 하지 않아요. 힘을 움켜쥐어 뭔가 맺고 풀 사람이 아닌, 사랑을 나누고 꿈을 펴며 이야기를 꽃피울 사람으로 살아갈 노릇이라고 여깁니다.


  콩고라는 나라에서 1925년에 태어났으나 1961년에 미국 비밀경찰을 등에 업은 유럽 권력자하고 콩고 권력자 틈바구니에서 총에 맞아 죽은 이를 돌아보는 《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에마뉘엘 제라르·브루스 쿠를릭/이인숙 옮김, 삼천리, 2018)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루뭄바라는 사람이 콩고 정치나 터전을 놓고서 어떻게 애썼는가를 밝히면서, 루뭄바 한 사람이 대단할 수 없고 대단하지 않기도 하다며, 그러나 루뭄바를 둘러싼 숱한 다른 정치꾼은 거의 다 그들 주머니를 채우는 길에 허덕이면서 콩고라는 나라는 민주나 평화나 복지하고 아주 멀리 떨어져야 했다는 대목을 찬찬히 들려주기도 합니다.


  갓 싹트는 민주·평과·자유를 지키는 길에는 뛰어난 우두머리 한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는다고, 정치일꾼이든 공공기관 벼슬아치이건, 여느 마을에서 살림을 가꾸는 사람이건, 모두 슬기로운 눈빛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제 머리에 총을 겨누는 셈이라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요. 누가 루뭄바를 죽였을까요? 미국 비밀경찰뿐일까요? 벨기에 권력자뿐일까요? 콩고 권력자나 군대뿐일까요? 푼돈을 거머쥐고 심부름질을 한 허수아비뿐일까요?


  박근혜 한 사람을 끌어내린다고 해서 나라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군수가 모두 매한가지인걸요. 게다가 공공기관 벼슬아치는 그때나 이제나 똑같은 사람이며, 썩 안 달라집니다. 우두머리 하나만 물갈이할 노릇이 아니라, 싹 쓸어낼 노릇이면서, 우리 모두 스스로 거듭날 노릇입니다. 새로 우두머리에 들어선 이나 그이를 둘러싼 이들은 ‘우두머리짓’을 합니다. 그러니 어느 나라에든 우두머리란 부질없습니다. 군더더기이지요. 손수 삶을 짓지 않고 살림을 가꾸지 않는 이는 정치판뿐 아니라 경제판이나 교육판이나 그 어느 판에도 함부로 깃들지 않아야 할 노릇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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