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아스팔트 : 나라에서 앞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곳곳에 ‘스마트팜’을 때려짓는다고 한다. 고흥군은 스마트팜 사업에 뽑힌 곳 가운데 하나이다. 고흥군은 스마트팜 사업에 뽑힌 뒤 달포 즈음 마을마다 ‘국비 500억 유치 축하’ 걸개천이 이백 곳쯤 나붙었지 싶다. 시큰둥하게 지나치려다가 어느 분이 ‘스마트팜 공사 예정지’를 보여준다면서 차를 태워 주었고, 그곳에 가 보았으며, 경상도 어느 화력발전소에서 버리는 잿더미(석탄재)를 벌써 몇 달째 들이부어서 어마어마하게 냄새와 먼지가 날리고 죽음밭이 된 모습을 코앞에서 보았고, 들어가서 그 죽음터를 밟아 보기도 했다. 무슨 뜻인가 하면, 나라에서 스마트팜 ‘사업 선정 결과 발표’를 하기 앞서 그 터에 잿더미를 들이부었으며, 갯벌을 메운 땅에 드넓게 들이부은 잿더미에 더 엄청나게 시멘트를 발라서 터를 다지고는 유리온실을 크게 지어서 수경재배를 해서 도시 대형마트에 남새를 납품한다더라. 그리고 이런 유리온실 수경재배 시설은 와이파이로 움직이고. 덧붙이자면, ‘스마트팜’은 시골살림을 북돋우지 않고, 도시 이웃한테 좋은 먹을거리를 베풀지도 않는다. 게다가 ‘일자리 늘리기’는 하나도 보탬이 안 된다. 갯벌을 메운 땅을 사들인 땅임자 한 사람한테 이바지를 하고, 이를 꾀하는 군청 벼슬아치하고 군수하고 국회의원한테 이바지를 한다. 그리고 화력발전소 잿더미를 버릴 데가 없어서 갈팡질팡하던 한국전력한테 이바지할 테고, 시멘트를 엄청나게 들이부을 테니 시멘트업자, 시멘트업자를 부리는 ‘군수와 군청 벼슬아치하고 가까운 토목건설업체’한테 이바지하겠지. 스마트팜을 때려지으면 시골로 사람이 들어올 만할까? 아니다, 스마트팜 따위를 나라에서 목돈을 들여서 자꾸 늘릴수록 시골은 아주 망가질 뿐 아니라, 숲이 그리워 시골로 가고 싶은 사람은 진저리를 치겠지. 이뿐인가? 스마트팜 건설 예정지를 둘러싼 마을은 냄새와 먼지와 쓰레기물 때문에 고달프다. 마을도 죽이고 시골도 죽일 뿐 아니라, 그런 죽음터에서 햇볕도 흙도 빗물도 없이 수돗물로 키우는 남새를 대형마트에서 값싸게 사다 먹을 도시사람도 죽인다. 그나저나, 내가 이런 이야기를 갈무리했더니 나더러 ‘자동차 타지 말고 고속도로 아스팔트 달리지 말라’고 핀잔하는 사람이 있더라. 난 운전면허를 안 땄는데? 난 으레 걸어다니고, 자전거를 타는데? 가끔 시골버스하고 택시를 타는데? 고속도로도 아스팔트도 그대가 갖고 싶으면 다 가져가렴. 그런데 그대가 고속도로하고 아스팔트를 몽땅 가져가되, 그 고속도로하고 아스팔트로 ‘내가 마실 바람’하고 ‘내가 디딜 땅’하고 ‘내가 사랑하는 숲’을 터럭만큼이라도 더럽히거나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말아 주겠니? 2020.2.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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