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30.


《요리조리 세계사》

 손주현 글, 여희은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19.6.28.



“오늘은 빵을 해볼까요?” 큰아이가 묻는다. “네가 바란다면 그렇게 하렴.” 열한 시 무렵 작은아이를 부른다. “감자하고 당근을 손질해 주겠니?” 두서너 해 앞서까지 혼자 다 하던 부엌일을 이제 셋이 나누어 한다. 큰아이는 반죽을 해서 부풀려 놓는다. 작은아이는 아버지 곁에서 카레를 끓일 밑손질을 한다. 이 모든 일은 20분 만에 끝. 혼자 하면 두 시간 일을 셋이서 20분. 아침에 끓인 카레를 저녁에 뎁힌다. 큰아이는 빵을 굽고 남은 반죽을 수제비로 끊어서 넣는다. 저녁 카레는 훨씬 맛있다. 이러고도 남은 카레에 이튿날 뭘 보태면 재미날까? 《요리조리 세계사》는 ‘요리’하고 ‘조리’라는 한자말을 따서 여러 나라 발자취를 짚는다. 이렇게 말놀이를 할 수 있겠거니 싶으면서도 아쉽다. ‘요리’이든 ‘조리’이든 막상 한국말은 아니니까. 한국말은 ‘짓기’하고 ‘하기’이다. 나라면 “콩떡쿵떡 세계사”나 “팥떡찰떡 세계사”나 “찧고 까불고 세계사” 같은 이름을 쓰리라. 아무튼 수수한 밥살림으로 여러 나라 삶길을 짚는 이 책은 대단한 밥차림이 아니라, 여느 사람들 여느 밥자리에서 모든 이야기가 피어났다고 하는 대목을 밝힌다. 아무렴. 역사는 궁궐 아닌 들판하고 마을하고 숲하고 바다하고 하늘에서 태어났는걸.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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