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8.
《원피스를 입은 아이》
크리스틴 발다키노 글·이자벨 말랑팡 그림/신수진 옮김, 키다리, 2019.12.20.
살에 바짝 닿도록 두른 옷인 바지를 짓기는 쉽지 않지만, 바지는 다리를 밭게 두르려고 지은 옷. 살에 밭지 않도록, 바람이 쉬 드나들거나 잠기도록 둘러치는 옷인 치마는 꿰맴질만 하면 되니 짓기가 쉽고, 누구나 가볍게 입으려고 한 옷. 다시 말해서, 먼먼 옛날부터 바지나 치마는 누구나 그때그때 쓸모를 가려서 입는다. 가시내라서 치마만 둘러쳐야 하지 않고, 사내라서 바지만 밭게 꿰어야 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살피며 누구나 바지를 꿰든 치마를 두르든 하면 될 뿐이다. 이러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사람다운 길을 무너뜨리려 하던 틀이 서면서 마치 치마는 가시내만 둘러야 하는 옷으로 여겨 버리고, 바지를 입은 가시내는 가시내답지 않다는 말까지 불거졌지만, 이제 바지는 꽤 홀가분하다. 치마도 머잖아 누구나 즐기는 옷이 되어야겠지?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새롭게 다시 나온다. 이제는 좀 읽힐 수 있을까? 치마라는 옷이 얼마나 고우면서 가볍고 아름다운가를 나눌 수 있을까? 바지를 즐겁게 입듯 치마도 기쁘게 두르면 된다. 누구나 바지를 입을 만하듯 누구나 치마를 두를 만하다. 나는 2019년부터 한벌옷(한벌치마)을 걸친다. 여느 치마를 넘어 한벌옷을 걸치니 참 시원하며 포근하네. 가만 보면 잠옷이나 집옷도 으레 치마 아닌가?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