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4.


《달을 보며 빵을 굽다》

 쓰카모토 쿠미 글/서현주 옮김, 더숲, 2019.1.9.



빵을 즐겁게 구울 줄 아는 아이는 가장 수수하게 굽는 길이 가장 투박하지만 가장 즐길 만한 빵이라고 배운다. 솜씨가 붙으면 이모저모 다르게 해보아도 즐거울 테고, 투박하게 구운 빵에 이모저모 얹거나 섞거나 곁들여서 누려도 즐겁다. 손맛을 보태는 길이나 손멋을 키우는 길은 안 다르지 싶다. 길을 가되 틀에 매이지 않으면 되지. 길을 가꾸되 판에 박히지 않으면 되고. 겉을 꾸미지 않아도 겉모습이 빛날 수 있다. 속에 사랑을 환하게 담으면 겉모습은 저절로 피어나기 마련이다. 《달을 보며 빵을 굽다》는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는 빵차림을 들려주는 책이 아닐까? 다만 옮김말은 매우 엉성하다. 빵굽기를 즐기는 큰아이한테 먼저 읽으라고 건네기는 했는데 어쩌면 꽤 못 알아들을 수 있겠구나 싶다. 더구나 책이름은 “달을 보며 빵을 굽다”라 붙였으나, 속에는 “빵을 만들다”처럼 ‘만들다’로 잘못 쓰기 일쑤이다. 하기는. 일본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제빵’이라 했으니, ‘제(製)’를 ‘만들다’로 엉뚱하게 옮기는 이 나라이다. 구워서 빵이되, 찌기도 하니 찐빵이다. 달흐름을 살펴 빵반죽이며 빵굽기를 헤아리는 길을 읽으려 한다면, 말 한 마디에 생각을 담아 마음을 살찌우는 길도 나란히 읽으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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