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3.


《실종일기》

 아즈마 히데오 글·그림/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1.3.11.



길을 잃기에 나쁠 일은 없다. 그저 길을 잃었을 뿐이다. 길을 잃었으니 헤맨다. 헤매는 일은 나쁘지 않다. 그냥 헤매면서 낯선 곳을 돌아본다. 낯선 곳을 돌아보니 나쁠까? 이제껏 생각하지 못한 터를 디디면서 앞으로 새롭게 생각할 만한 이야기를 찾는다든지, 우리를 둘러싼 뭇숨결을 새삼스레 맞아들이곤 한다. 이제는 손전화 길찾기가 훌륭하기에 길을 잃거나 헤매는 사람이 드물겠지. 손전화도 길그림책도 없다시피 할 무렵 서울에서든 어느 곳에서든 부러 헤매면서, 길을 잃으면서 작은 헌책집을 찾아다니곤 했다. 길을 잃거나 헤매기에 찾는 빛이 많다. 여태 디딘 적 없던 곳을 디디면서 설레거나 놀라기도 한다. 《실종일기》는 길을 잃은 만화님이 아주 길을 잃고서 살아가며 겪은 하루를 그린다. 만화도 지겹고 술도 지겹고 무엇보다 삶이 지겨워 헤매면서 보낸 떨꺼둥이 나날을 들려준다. 이녁은 길을 다시 찾았을까? 모를 노릇이지. 헤맨 나날을 만화로 남기기도 했으니 어쩌면 이제 길을 더는 안 잃을는지 모르고, 슬그머니 또 헤매려고 낯선 곳으로 떠날는지 모르리라. 익숙한 틀로만 가면 배우지 못한다. 하던 대로만 하면 새롭지 않다. 잘하지 않다 싶으니 일부러 자꾸자꾸 해보면서 스스로 거듭나고 빛날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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