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6.


《산골 총각》

 백석 글·오치근 그림, 산하, 2004.3.10.



임금님 귀를 외치는 옛이야기가 있다. 어릴 적에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귀가 긴들 뭐가 대수롭다고?’ 하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달리 생각한다. ‘고작 귀 이야기 하나조차 말을 못하도록 꽁꽁 틀어막는 무시무시한 짓’이라고. 말길을 틀어막는 우두머리인 셈이랄까. 고흥군수는 이녁이 말잘못을 한 일을 바깥에 알린 공무원을 ‘손전화 빼앗기’까지 시켜서 찾아내려 한 다음, 이 공무원을 고흥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신안군 외딴섬 홍도로 보냈다지. 게다가 고흥군수는 한 해 사이에 2억 원이 넘는 돈을 더 벌었단다. 예전 고흥군수도 요즘 고흥군수보다 더하면 더한 잘못을 일삼았는데, 이들은 작은 시골 지자체 우두머리로 온갖 주먹힘을 휘두른다. ‘당나귀 귀 임금님’처럼 말길을 틀어막으면서 돈바라기로 달리는 꼴이다. 그림책 《산골 총각》을 오랜만에 되읽는다. 그린님 오치근 님은 지리산 자락에서 이녁 아이들하고 그림살림을 즐겁게 꾸리시겠지. 백석 님 밑글을 바탕으로 엮은 이 그림책은 멧골 사내가 우락부락 괘씸한 도깨비를 거꾸러뜨리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이야기를 애틋하게 다룬다. 그렇지. 촛불이든 밀물결이든 아주 조그마한 힘이다. 우두머리는 이녁 주머니를 챙기느라 바쁘시겠지만 그렇게 가는 앞길이란 뻔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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