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5.


《골목 하나를 사이로》

 최영숙 글, 창작과비평사, 1996.6.25.



바람이 슬슬 바뀐다. 며칠 앞서 작은아이하고 자전거마실을 할 적에도 느꼈고, 오늘 새삼스레 느낀다. 이 바람은 퍽 포근하다. 머잖아 온누리가 촉촉하면서 보드랍게 풀어지도록 바꾸는 바람이 훅 끼치겠구나 싶다. 달력으로는 1월 한복판이어도 남녘마을 바람결이 다르며, 이 바람결은 골골샅샅 퍼지겠지. 모쪼록 이 고장 저 마을에 두루 퍼지면서 삶터이며 마음이며 모두 따사롭게 어루만져 주면 좋겠다. 《골목 하나를 사이로》를 읽었다. 읍내 다녀오는 길에 시골버스에서 읽었다. 이런 시를 쓰는 분이 다 있네 하고 놀란다. 그렇지만 요새는 이분 이름을 들은 적이 없다고 느껴 살펴보니 퍽 이른 나이에 이승을 떠나셨구나. 이승에 발 딛고 사는 동안 시집을 꼭 한 자락 남기셨네. 이만 하게 시를 쓰는 분이 꾸준하게 글길을 걸었다면 말치레나 겉치레로 가득한 오늘날 시밭에 겨울을 녹이는 새봄바람 같은 이야기를 지피지 않았을까. 글 한 줄이란 언제나 바람결 같다. 대수롭잖은 한 줄이란 없다. 마음을 포근히 녹이는 바람이 있고, 마음을 차갑게 얼리는 바람이 있으며, 마음에 겉멋을 부리도록 이끄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무슨 바람이 있을까? 아마 남을 좇는 바람이나, 눈치를 보는 바람이 있겠지. 바람을 읽어야 시를 쓸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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