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할머니의 마녀 수업 쪽빛문고 8
가도노 에이코 지음, 시모다 도모미 그림, 서혜영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00


《조조 할머니의 마녀 수업》

 가도노 에이코 글

 시모다 도모미 그림

 서혜영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7.11.26.



“그래서 건강한 숲의 나무와 풀에게 빌었어. ‘겨울 동안은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당신들은 봄이 되면 되살아나잖아요. 그 힘을 나눠 주세요’라고. 그리고 숲의 나무를 부드럽고 따뜻한 눈길로 조용히 바라봤어.” (16쪽)


“숲 속의 나무와 풀과 동물들이 좋은 향기가 나면서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풀이랑 잎사귀랑 열매를 가르쳐 줬어. 먹어 보라고. 여자들이 온화한 마음을 보여주니 숲도 따라서 온화한 표정을 지어 준 거지. 이렇게 해서 여자들은 건강해지는 먹을거리를 숲에서 배웠어.” (17쪽)


“여자끼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통하는 거 아니겠어? 여잔 늘 행복을 빌거든. 언제 어디서나 말이야 … 옛날에는 걱정거리가 많았으니 마녀도 바빴을 거야. 빗자루라도 타고 날지 않으면 시간 맞춰 갈 수도 없었을걸. 히히히, 우후후, 우히히.” (26쪽)


“마녀는 여러 가지 것들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거든. 예를 들어 나무 속이나 꽃 속에도 신이 있다고 말이지. 그런데 신은 단 하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 (52쪽)



  어릴 적부터 매우 아리송하게 생각한 여러 가지 가운데 ‘마녀사냥’이 있어요. 왜 숱한 사내랑 교회랑 정치권력은 ‘마녀’란 이름으로 ‘똑똑하거나 슬기롭거나 아름답거나 상냥하거나 뛰어난 가시내’를 골라서 불로 활활 태워 죽였을까 하고요.


  바로 그 똑똑한 가시내가, 슬기로운 가시내가, 아름다운 가시내가, 상냥한 가시내가, 뛰어난 가시내가, 이 땅을 사랑스러우면서 즐거운 터전으로 바꾸어 내는 새로운 길을 가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똑똑하고 슬기로운 사람은 이웃을 틀에 가두려 하지 않습니다. 아름답고 상냥한 사람은 돈이나 주먹이나 이름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뛰어날 뿐 아니라 착한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면서 새롭게 노래하는 길을 가기 마련입니다.


  이른바 마녀란 이름을 얻거나 듣는 이라면 으레 마음눈을 틔운 사람이지 싶습니다. 풀벌레하고 속삭일 줄 알기에 마녀일 테지요. 바람을 타고다닐 줄 아니 마녀일 테지요. 별을 읽고 흙을 읽으며 나무를 돌보고 숲을 사랑할 줄 알기에 마녀일 테고요.


  어린이책 《조조 할머니의 마녀 수업》(가도노 에이코·시모다 도모미/서혜영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7)는 어느 날 문득 ‘마녀란 뭘까?’ 하고 궁금한 아이가 얼결에 마녀나라로 ‘몸을 옮겨 찾아가’고는 마녀 할머니한테서 마녀란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하루를 짓는가 하는 여러 이야기를 듣는 줄거리로 마녀 삶자취를 다룹니다.


  그래요, 마녀란 놀랍고 아름다우며 상냥하고 뛰어나고 사랑스러운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 사전에서 ‘마녀(魔女)’를 찾아보면 “1. 유럽 등지의 민간 전설에 나오는 요녀(妖女). 주문(呪文)과 마술을 써서 사람에게 불행이나 해악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2. 악마처럼 성질이 악한 여자”처럼 풀이합니다. 참으로 얼빠진 뜻풀이입니다. 사전 뜻풀이부터 마녀를 그저 나쁘게만 다루니 몹시 얄궂습니다.


  바람을 타고 바람을 읽으며 바람을 다룰 줄 안다면 ‘바람아씨’입니다. ‘바람순이’일 테지요. 사내로서 바람을 알고 읽고 다룬다면 ‘바람사내·바람돌이’가 되겠지요. 바람아씨나 바람돌이는 서울이나 저잣판에서 살지 않아요. 숲에 깃들지요. 왜냐하면 숲이야말로 모든 목숨을 깨우고 살리며 돌보는 빛이 흐르는 터전이거든요. 바람아씨는 숲아씨이자 숲순이입니다. 바람사내란 숲사내이면서 숲돌이예요.


  ‘魔’라는 한자를 억지로 붙일 사람이 아닌 ‘바람·숲·빛’ 같은 이름을 새롭게 붙일 사람이라고 느껴요. 이러한 얼거리를 진작부터 읽은 가도노 에이코 님은 《조조 할머니의 마녀 수업》뿐 아니라 《마녀 배달부 키키》 같은 이야기를 엮어내었습니다.


  바람아씨는 이웃을 사랑합니다. 숲아씨는 모든 목숨을 보살핍니다. 빛아씨는 이 별에 새롭고 따스한 기운이 흘러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꿈꿉니다. 우리 모두 바람하고 숲하고 빛이 하나로 모으는 눈길하고 손길을 다스리기를 바랍니다. 어느 곳에서나 곱다시 흐르는 노래하고 춤으로 즐거운 살림터를 가꿀 수 있기를 빌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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